[기고]고생없이 컸다고요?
[기고]고생없이 컸다고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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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도 전 경남도의회 의장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에게 흔히 갖는 불만이 “고생 없이 커서 어려움을 모른다”고 얘기 한다.

통계로 보면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만큼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부모는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불만이다.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 (중·고 14년 근무) 보면 아무 고생 없이 특별한 수고를 거치지 않고 성장하고 커나가는 일은 없고, 성장과 성숙에는 모두 고생의 요체들이 배여 있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이 ‘화’와 ‘울분’으로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육체적 고생은 근육이나 주름의 변화로 나타나지만, 정신적 고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심각성을 알게 될 땐 정말 치유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고생이나 어려움이 ‘화’와 ‘울분’으로 나타나면 그나마 다행이고 치료가 가능하나, 무기력 하거나 감정없는 상태로 눈풀림 등이 나타나면 치유가 어렵거나 상당히 전문적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고생하는데, 그렇게 해봤자 행복이 없다면 고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어른들은 부를 축적하고 가족끼리 부유하게 사는 것 다음의 행복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고생 후 만나게 될 행복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한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모든 걸 대신해 줄 수도 없으며 1등만이 알아주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마음의 고생이 클 수 밖에 없다.

미래는 불확실한데 현재는 다가올 미래가 그저 예전과 같이 돌아갈 것이라는 부모의 생각 속에서 뭐든지 많이 시키고 싶은데 아이는 시키는 대로 안해도 되는 자유를 찾고 싶어 한다.

혼내기만 하거나 아니면 너무 과잉 보호로 키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사회적 여건이 너무도 달라지는데 부모는 변함없이 과거 경험적으로 아이를 키울려고 하니까 마음 고생이 큰 것이다.

아이들 편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힘든 것은 어른들이 힘들었던 것과 다르니까. 예를 들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친구와 떨어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아이들의 편이 되어 생각해 줘야 공감이 일어날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다포세대’라고 부른다.

소위 말하면 어른이 되기가 힘든 세대다. 결혼해서 살 집 한 칸에 대해 엄두도 못 내고 몸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사회에서는 아이로 남을 수밖에 없다.

천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마음이 가볍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고생을 줄여서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밝은 미소로 가족과 친구를 반기는 ‘워라밸’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키워야 할 것이다.

 
허기도 전 경남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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