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의사상’ 위에 날아오르는 ‘21세기형 비거’
[기고]‘경의사상’ 위에 날아오르는 ‘21세기형 비거’
  • 경남일보
  • 승인 2021.08.30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김세종 KTL원장


우리지역의 대유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은 평생을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과 ‘경의검(敬義劍)’이라는 칼을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방울은 그 소리가 울릴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맑게 깨우는 ‘경(敬)’의 도구로 삼고, 칼은 사사로움을 베어버리는 ‘의(義)’의 도구로 삼았다. 이는 내면의 깊은 성찰이 반드시 외형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 실천중심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을 배운 곽재우, 정인홍 등 수많은 제자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분연히 책을 덮고 거침없이 의병을 일으켜 전란극복의 주역이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있는데, 치열했던 진주성 전투에서 세계최초로 ‘비거(飛車)’라는 비행체가 사용되었다는 내용이다.

비거는 ‘하늘을 나는 수레’라는 뜻으로, 기록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무관 정평구가 비거를 만들어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거는 30리를 날았다’고 기록하며 비거의 모습을 글로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남명의 경의사상으로 대표되는 우리지역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정신문화만큼이나 이를 현실에 반영하려는 실천의지를 그 DNA에 새기고 있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지역의 실천의지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두 가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경남 진주혁신도시‘와 ‘항공우주산업’이다. 우리지역이 최첨단 기술시대에 21세기형 ‘비거’로 탈바꿈하여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날개를 크고 넓게 펼쳐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지난 8월에 국토부가 발표한 ‘혁신도시 정주환경 통계조사’에 따르면 경남 진주혁신도시가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거의 한쪽 날개는 순조롭게 그 날갯짓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장세를 기반으로, 산업과 주거기능이 집적된 11개 공공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혁신도시를 첨단 ‘스마트시티’로 전환하는 시도도 해봄직하다. ‘혁신도시’가 ICT와 생활을 접목시킨 ‘스마트시티’로 재탄생하면, 비로소 혁신도시의 ‘혁신’ 이라는 이름이 제 가치를 입증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쪽 날개는 바로 미래 항공우주산업이다. 우리 지역은 중앙정부와 협력하여 지난 수년간 항공 및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가 속한 KTL 역시, 진주시 상평산단에 ‘항공전자기 기술센터’와 ‘우주부품 시험센터’를 가동하여 국내 항공우주 기업체에 제품개발, 시험평가, 인증지원 등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체는 개발기간 단축, 시험비용 절감, 품질개선 등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말하자면, 비거의 다른 쪽 날개 역시 서서히 본 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지역이 항공우주산업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도약하는 일도 꿈만은 아니다. 필자는 이처럼 우리지역이 우리 안에 DNA처럼 새겨진 경의사상을 활주로로 삼아, 400여년의 역사를 단번에 뛰어넘어 첨단의 비거로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KTL은 혁신도시와 항공우주산업 발전의 일원으로서 양 날개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와 미래, 사상과 실천, 예(禮, 문화)와 예(藝, 기술)가 조화롭게 뿌리내린 이 땅이 첨단 미래거점으로 비상(飛上)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