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경남의 섬 어디로 가나
[현장칼럼] 경남의 섬 어디로 가나
  • 이웅재
  • 승인 2021.08.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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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경남도 윤미숙 섬 보좌관이 직에서 물러났다. 자의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해서다. 그것도 본인의 과오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사권자인 김경수 지사와 동반 퇴진하라는 압력(도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 게시 글)에 의해서다.

도청 공노조 홈페이지에는 김경수지사가 임명한 다수 보좌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퇴진을 강요했다. 여기에는 윤 보좌관도 포함됐다.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 해야한다’는 전문가적 소명의식도 무조건 퇴진 압력에는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의 적극적 옹호(노조 홈페이지 반박 글)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경남도는 다른 섬 전문가를 영입하는 후속 절차를 모색하고 있다 한다. 6급 임기제를 공모해 섬어촌발전과에 배치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8개 시군을 지원하는 경남도의 전문가 대접이 이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 싶어 실망도 했다.

사실 행정에 있어 전문가의 식견은 자문과 조언 등의 형태로 널리 이용된다.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활용할 때도 있지만 위원회란 상설 조직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전문가는 행정의 틀을 벗어나는 유연한 사고로 종종 빛나는 업적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작금의 행정 조직은 민간 전문가를 중용하며 지혜를 구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한데 경남도청은 이번 사태에 크게 어긋난 반응을 보였다. 도지사 동반사태의 요인인 ‘정무직 특채’가 아니라 필요에 따른 ‘전문가 영입’이란 점을 적극 부각하지 않고 어영부영 좌시했다. 이로써 윤 보좌관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전문가로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윤 보좌관이 해온 일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섬 가꾸기’라고 할 수 있다. 성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당장 보이는 효과만 해도 만만치 않다. 윤 보좌관으로 비롯된 경남의 섬 정책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섬 재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편한 국토의 한 자락을 묵묵히 지키며 살아온 섬 주민들의 복지를 구현해 살고 싶은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멀쩡한 도시도 인구 감소로 소멸도시로 가는 판에 뜬금없이 무슨 섬 사업이냐”며 폄훼한다면 할 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태를 냉정히 되짚어 봐야 한다.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 차원에서 그동안 경남도가 펼쳐온 섬 정책은 계속 이어져야 마땅하다. 경남도는 지난해 7월 최초의 섬 정책인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들어가 대상지로 통영 두미도와 남해 조·호도, 올해는 통영 추도와 고성 와도를 선정했다. 경남도의 섬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일선 시군도 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남해군이 올해 섬 발전팀을 신설한 것이 한 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동안 방관해온 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집중되는 엄중한 시기다. 지난 4월 정부는 목포시 삼학도에 전국 3300여 섬에 관한 연구·진흥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섬진흥원’ 설립을 결정했다. 대한민국 섬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한국섬진흥원과의 파트너십 형성에 경남 섬의 미래가 달렸다. 경남도는 조만간 섬 전문가를 영입, 윤 보좌관이 비운 자리를 채운다고 한다. 꼭 필요한 전문가를 내치고 다시 모집하는 엉터리 행정이 이번 한 번에 그치기 바랄 뿐이다.

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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