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옛 배영초등학교 본관을 진주교육역사박물관으로 만듭시다
[기고]옛 배영초등학교 본관을 진주교육역사박물관으로 만듭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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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섭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옛 배영초등학교 본관은 진주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 가운데 하나이다. 1938년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2층 건물은 국가등록문화재 제58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을 학생문화예술센터로 만든다고 한다. 16칸 가운데 소공연장, 갤러리, 북카페를 만들고, 3칸만 진주교육역사박물관으로 꾸민다고 한다. 이 세 칸에 찬란한 진주 교육의 역사와 정신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교육역사박물관은 역사적 사실을 배울 뿐만 아니라 그 정신을 계승 구현하는 학습 현장이 되어야 한다. 이에 가장 적합한 건물이 옛 배영초등학교 본관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소공연장이나 갤러리, 북카페 부분을 대폭 줄이고, 대신에 교육역사박물관을 확장하여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잘 꾸미면 역사도시, 교육도시 진주의 명물이 될 것이다.

진주는 자랑스러운 교육 역사와 정신을 갖고 있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선조들의 교육 발자취가 찬란히 빛난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남명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많은 제자들은 왜적에 대항하여 의병을 일으켰다. 한말에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애국계몽운동을 벌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국권 회복의 지름길이 교육이라는 신념 아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문맹 퇴치를 위한 강습소, 야학 활동은 정규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오랜 역사를 가진 초등학교가 많은 연유이다. 지역 유지들이 고등교육기관 설립 활동을 벌인 덕분에 진주고등보통학교와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진주여고의 전신)가 동시에 생겼다. 그들의 활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였다.

경남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현재의 진주초등학교), 실업학교(경상국립대학교의 출발), 사범학교(진주교육대학교의 전신)가 진주에 세워졌다. 진주는 말 그대로 근대 교육의 선진 지역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선각적인 건학 정신 아래 설립된 사립학교, 농업, 공업, 상업의 특성화 학교, 전문 교육을 위한 대학 등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진주 교육은 또한 사회 개혁을 선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낳았다. 전국 최초로 어린이 권익을 위한 소년운동이 일어났고, 신분제 유습인 백정 차별 철폐와 평등 대우를 주창한 형평운동이 시작되었다. 어린이 권익 보호 정신은 유엔의 어린이인권협약에도 반영되었고, 오늘날 모든 교육 기관의 금과옥조가 되었다. 또 근대 인권 발전의 금자탑인 형평운동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귀중하게 평가된다.

‘진주의 교육 역사와 정신’을 보여주는 교육역사박물관의 건립이 시급하다. 옛 배영초등학교 본관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것은 교육청이 결정할 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진주에 소재한 역사적 건물의 효과적인 활용에 진주시 당국이나 시민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 교사, 학생, 주민, 배영초교 동문,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진주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교육역사박물관 건립 과정은 훗날 진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이 방안의 실현에 앞장서야 할 핵심적 주체는 진주시 당국이다. 전문학예사 배치, 유지 관리, 자료 수집, 활용 방안 등 비용 분담에 진주시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진주교육역사박물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전적으로 진주지역 구성원들의 역사 인식에 달려있다. 제대로 만들어서 역사도시, 교육도시 진주의 명성을 만천하에 알리면 좋겠다.

김중섭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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