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이름을 안다는 것
[경일포럼]이름을 안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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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우리 대학에서는 몇 년 전부터 도내 산과 학교에서 자라는 나무들에게 이름을 달아주는 일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나무들이 이름을 가지기 시작한 곳은 지리산을 비롯해 가까운 주변 산과 학교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지 못한 곳들이 많다. 나무들이 자기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나무를 보는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는 작용도 할 거며,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정신을 가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훗날 그 나무를 보았던 아이가 그 나무의 생태와 약성 등을 알게 되고 공부를 더 해서 유용물질을 발견하고 상품화해 사회에 기여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상대의 이름을 알아야 불러주고, 가까이하고, 그러다 보면 친해지고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때로 조사하다 학생들에게 풀과 나무 이름을 물어보면 그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나무도 그렇지만 풀은 더하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건 평소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잘 가르쳐주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풀과 나무와 관계되는 공부를 하는 학과에 다니는 학생이 이 정도라면 그와 같은 공부를 하지 않는 일반인은 더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따금 산내들을 다니다 보면 어른을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아빠! 저 나무는 무슨 나무야?” 하고 물었을 때 나무의 이름을 몰라 “글쎄!” 쭈뼛거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옆에서 가르쳐주고 싶어도, 그냥 지나치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우리 주변에 있는 풀 나무에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어릴 때 열매를 따 먹거나 잎을 떨구며 놀던 기억이 없기에 더욱더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무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으면 알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라면 알겠지만, 산이나 숲에서 나무 이름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각 시군에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숲과 산이 있고 등산로가 있다. 그 주변만이라도 나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어떨까. 지나며 나무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마음도 자연스레 커갈 것이고 말이다. 학교 숲에 나무 이름표를 붙여주었을 때 아이들은 그 나무 이름과 나무의 모양이나 특성을 잠재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보통 나무 이름표에는 나무의 이름뿐만 아니라 학명, 개화 시기, 결실기 등을 표기하여 간단하나마 그 나무의 특징을 알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그 나무의 쓰임새와 약성이나 자원 가능성 한두 가지를 알려준다면 그로부터 연상되는 미래 자원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건 한 가지를 알게 되면 다음 단계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시작이 된다. 미래 먹거리는 숲 즉, 풀과 나무에서 얻어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유용물질을 추출해 각종 건강식품이나 약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될 확률이 높고, 또 코로나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것을 찾아내 약이나 먹거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차나 옷에 나무도감이나 나물도감, 버섯도감 같은 포켓용 책을 넣어두고 다닌다. 수시로 꺼내 들여다보며 산내들에서 만나는 풀과 나무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가고 또 자세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 어릴 때 자주 따 먹던 까마중이 사라지고 도꼬마리를 찾기도 어려운 때 우연히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훌륭한 약성과 자원으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풀이기도 한데 말이다.

자연 공부는 삶에서 비롯된다. 주변에 흔한 풀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원이 되는지 아는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도움을 준다. 공공기관은 국민, 시민, 군민들에게 그걸 마련해 주어야 한다.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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