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33] 어떤 무덤 (이달균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33] 어떤 무덤 (이달균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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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녘에서 만난

콘크리트 무덤


아버지는 훼손되지 말라고


아니, 어쩌면 이 풍진 세상 영영 깨어나지 말라고

-이달균 시인의 ‘어떤 무덤’

 


무덤에 봉분을 만들고 떼를 입히는 형식은 대체로 평야 지대가 아니라 산악 지대가 많은 나라에서 활용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무덤이 평평한 것은 많은 흙과 풀들을 쉽게 구해올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사람들도 무덤이라 하지 않고 묘지라고 한다. 중국이나 한국의 무덤은 그야말로 덤이며 묘지라는 말보다 산소라 부르는 것도 무덤의 유형에 따라 생긴 말이리라 짐작한다.

반면에 자손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동서양이 같다. 미국의 부유층은 조상의 시신 훼손을 방지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돌과 콘크리트로 큰 무덤을 만들기도 한단다. 우리 왕가의 동산 같은 무덤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보기 드문 콘크리트 무덤이 시인의 눈에 밟혔다. 왕릉이 아니고 위엄 어린 콘크리트 무덤이 아니어서 시인의 마음을 붙들어 맨 것이리라. 나도 훼손되지 말라는 바람을 넘어 영영 깨어나지 말라는 어떤 후손의 마음으로 등치 한 시인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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