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어둡지 않다
아내는 늘 말귀 못 알아듣는다고 타박한다
사실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가 없다
때로는 헛소리만 들린다
차라리 듣지 않는 것만 못하다
요즘 세상 말 다 듣다가는
지레 병날 것만 같다
저마다 곳곳에서 하는 말들
이해도 안 되지만
몰라도 될 것이다
끝없이 던져내는 언어의 유희 일 뿐
그 속에 못난 나도 산다
혼돈의 이 땅에
어지럽고
귀 아프지 않은 자 누구 있을까
말을 듣다보면 접근방식에 따라 사안의 해석이 달라진다. 같은 본질을 두고 주장과 이해가 달라 몇 개의 객관적 자료를 접해야 대충 파악이 된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거나 진실이 드러나 반전하는 경우도 예사다, 물론 눈높이에 따라 잣대가 다를 수도 있고 다 거르지 못한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세상사들의 판단이 무척 힘든 건 사실이다, 차라리 몰라도 될 일, 못 들어도 괜찮은 일들을 공연히 알아서 불편 할 때도 많다.
이명(耳鳴)은 바깥 소리가 없는데도 귀에 잡음이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단순성의 음이며 주파수가 높아서 견디기가 힘든 증상이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소리이다.
하소연 할 때도 없고 혼자서 고통을 감당하는 병이다.
이 혼돈의 시대에 고착화된 자기기준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병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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