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보이콧과 한국의 일본불매운동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보이콧과 한국의 일본불매운동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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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boycott)이라는 말은 원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쓰이고 있는 편이다. 노동법에서는 노동조합의 쟁의의 한 수단으로서 자사의 제품을 조직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구매하지 않도록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나라의 국민들이 공동으로 특정 국가의 상품을 불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계사적으로는 미국 독립혁명 때 미국은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벌였고, 인도에 대한 영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간디는 영국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중국은 5·4 운동 때에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었다. 지난 2019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No Japan’이라는 슬로건 하에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사실 보이콧(Boycott)이라는 말은 ‘찰스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이라는 영국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는 1879년의 3차 대기근 이후 아일랜드 메이요 주의 지주인 언 백작(E. Erne)의 경작지 지배인으로 부임했는데 기근이 점차 심해지자 소작인들은 소작료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주인 언 백작은 이를 거부했고, 오히려 지배인 보이콧을 시켜 반드시 소작료를 징수하도록 했다. 1880년 아일랜드 토지연맹(Irish Land League)은 착취당하는 토지 임차인을 보호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언 백작 소유지의 재산 유지에 필요한 지역 근로자들을 철수시켜버린다. 보이콧이 이러한 캠페인을 무마시키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소작인들은 단결하여 지배인 보이콧을 ‘왕따’시키며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되기에 이른다. 이웃들은 그에게 말조차 걸지 않으며 따돌림 하였고 가게들은 그에게 물건조차 팔지 않았다. 우편물을 가로채고 특히나 음식을 주지 않아서 그는 아사 직전까지 갔었고 그는 결국 출동한 군대에 의해 구출되었다.

이 사건이 있었던 아일랜드 메이요 주 출신으로 시인이자 아일랜드 공화당 활동가였던 마이클 다빗(Michael Davitt)은 1904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아일랜드 봉건 제도의 붕괴>에서 ‘보이콧’이라는 단어를 ‘보이콧처럼 사회적으로 배척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보이콧이란 성이 일반 명사화 되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보이콧(Boycott)이 정치·경제·사회·노동 분야 등에서 부당한 행위에 맞서 조직적으로 벌이는 각종 거부 배척운동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앞서 세계사에서 있었던 국가 간의 보이콧 사례들을 예거한 바 있지만, 국가 간에 분쟁과 대립 갈등이 잦아지는 가운데 국가 간 보이콧이 빈번하게 전개되는 경우를 목도하게 된다.

패션 브랜드 H&M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기업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중국 신장 산 면화를 원료로 쓰지 않겠다고 하자,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H&M이 발표한 신장 산 면화 보이콧 입장문을 공청단 웨-이보 계정에 올리면서 SNS 유저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불매운동의 중심에는 이른바 작은 분홍색이라는 의미의 ‘샤오펀훙(小粉紅)’이 있다. 이들은 맹목적 국수주의를 분출하며 공격적 성향을 띤 중국의 젊은 누리꾼 집단들이다. 샤오펀훙은 19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九零後)’와 2000년대 출생한 ‘링링허우(零零後)’ 등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세대는 시진핑 체제에서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2019년에 벌어진 ‘NO! BOYCOTT JAPAN’라는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하여 일본 일간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외신부장이 “25년간 모두 실패, 일본 불매운동은 불발의 역사”라는 칼럼을 게재하여 심기를 자극하였다. 그는 먼저 1995년 일본담배 퇴출운동이 있었고, 2001년엔 일본의 역사교과서, 2005년엔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2013년엔 아베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 관계자 파견 등이 이슈가 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났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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