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56]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56]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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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을달(9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낮에는 더위가 이어지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철이 되었습니다. 지난달이 가을로 들어서는 ‘들가을(입추)’이 있는 달이라 ‘들가을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 누리에 가을이 들어차는 ‘온가을’이 있는 달이라 ‘온가을달’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맑은 날이면 쪽빛 하늘에 풍덩 빠질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짙어지는 하늘빛만큼 푸나무 잎도 조금씩 갖가지 빛깔로 물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잠자리에 들 때는 바람틀을 돌려놓거나 이불을 안 덮고 자다가 새벽에는 이불을 끌어 당겨 덮는 사람도 있게 되지요. 이 무렵 부는 건들바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가을장마’라고 하는 말은 자주 듣고 쓰지만, 이렇게 건들바람이 부는 무렵에 찾아오기도 하는 장마를 ‘건들장마’라고 한다는 것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건들바람과 함께 우리 눈과 마음을 맑혀 주는 꽃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코스모스’라고 부르는 ‘살사리꽃’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살사리꽃을 보러 일부러 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건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을 보고 나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더위가 물러가고 나면 쓸모가 없어지는 게 있습니다. 요즘에는 찬바람틀이 집집마다 있고 바람틀도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어서 그렇게 즐겨 쓰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더위를 식히는 데 부채 말고는 다른 게 없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부채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가을부채라는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살면서 ‘가을부채’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잘 살아야겠습니다.

이달에는 우리 겨레 기림날 가운데 하나인 ‘한가위’가 있습니다. 벼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가지 맏물을 거두어 차례를 올리는 날입니다. 올해도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집안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렵지 싶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익어서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주는 온갖 맛있는 것을 먹으며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푸근하게 한가위 잘 쇠시길 비손합니다.


1)온가을: ‘추분’을 다듬은 말
2)온가을달: ‘9월’을 다듬은 말
3)쪽빛: 짙은 파란 빛깔
4)바람틀: ‘선풍기’를 다듬은 말
5)건들바람: 들가을(초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
6)가을장마: 가을에 여러 날 이어서 오는 비
7)건들장마: 들가을(초가을)에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장마
8)살사리꽃: ‘코스모스’를 가리키는 토박이말
9)찬바람틀: ‘에어컨’을 다듬은 말
10)가을부채: 철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몬(물건)을 빗대어 이르는 말
11)기림날: ‘기념일’을 다듬은 말
12)한가위: ‘추석’을 가리키는 토박이말
13)맏물: 그해 맨 처음 나는 과일, 푸성귀 따위를 가리키는 말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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