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버지의 경상국립대학교에 대한 추억
[기고]아버지의 경상국립대학교에 대한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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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한샘개발 팀장·서울경기 경상국립대 ROTC 동기회 감사
 

해마다 일년에 서너 차례는 고향인 밀양에 내려간다. 가족과 함께 밀양 내려가면 그냥 서울로 올라오기 섭섭해서 부산 해운대, 진주 촉석루 그리고 순천만구경도 한다. 작년 여름엔 알프스 하동을 구경하고 전남 보성 벌교 읍내 구경을 했다.

결혼 후 아버지와 대화할 시간이 자주 있었다. 아버지와의 대화 단골 메뉴는 6.25 한국전쟁 때 창녕 영산에서 북한군과 전투로 대포소리가 꽝꽝 났고, 마을의 초등학교 운동장엔 미국차량과 국군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늘 같은 레파토리다. 한번은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드렸다.

“아버지 지금껏 살아오시면서 어느 때가 제일 행복했는지요?”

아들이 서울로 올라가 공무원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아니면 소위 SKY라는 대학에 큰 손자가 합격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둘이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사서 잘 살아서 등등 답을 예상 생각하고 질문드렸다.

근데, 아버지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셨다. “네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란다.”

필자는 1990년 대 초 대학을 다녔다. 당시만 해도 마을에 전문대학을 포함, 한해 한 두명 대학을 가는데, 그 명단에 아들이 있었으니 자랑스러워 하신 것 같았다. 내가 대학합격하고 아버지는 종친회며 친구들 모임에도 자주 가셨다.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1990년 12월 겨울, 시험을 못 봐서 떨어질 것 같다고 어버지께 말씀드리니 “재수 시켜 줄게, 재수하거라. 대학가야지” 하셨다. 이 한마디에 지금껏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이어 지고 있다. 시골살림에 재수 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좋게 합격했고 대학 졸업 후 ROTC 단기 복무 후 지금껏 서울 수도권 생활 중이다.

아버지께서는 인생에서 제일 기쁜게 아들이 대학 붙은 거라고 늘 생각하셨지만, 필자는 경상국립대학교를 다니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경남을 벗어나면 경상대가 사립대학으로 평가되는거였다. 원서 쓸때 분명 경상국립대 사범대학을 졸업하신 수학선생님께서 경상대는 국립이다.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을 덜 드리고 공부할거다고 했는데 경남을 벗어나면 사립대학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을 알았다.

지역일간지 경남일보도 언론통폐합 때 폐간되었다가 복간 당시 신경남일보로 사명을 쓰는 아픔을 겪었다. 1990년 대 후반, 중위 제대 후 서울로 올라와 시간이 흐르고보니 신경남일보는 경남일보로 사명 변경에 성공했으나 경상대는 여전히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1972년 경상대학 교명 인가 후, 반백년 강산이 다섯 번 변한 50년 흘러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통합을 하면서 교명에 설립주체 국립이 들어간 교명으로 변경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고향서 부모님과 텔레비전을 보다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의료진 뉴스가 나와, 아버지께 “아들이 다닌 대학이 경상국립대가 되었다”고 하니 아버지도 아시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밀양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결심을 했다. 첫째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보냈지만 둘째는 내가 다닌 경상국립대학교로 꼭 보내고 싶다고. 집에 와서 밤늦께까지 공부하는 둘째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격려했다. 이제는 경상국립대학교 개척동문이 될 후배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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