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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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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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사천을 노래한 현대시인들의 노작들(5)
사천 내지 삼천포 시인군에 이용우, 조 민, 조현길, 이순갑(출생) 등 이름들이 나타난다. 거기에다 삼천포 시인처럼 보이는 시인이 있는데 박종현 이종만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동인활동을 한 데서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만은 성질이 좀 다르다. 사량도 출생이라 그럴 것이다. 이 사량도는 행정구역은 통영시이고 뱃길 연결지는 삼천포이다. 과연 어느쪽이 그의 출생지인가 한참 헷갈리는 사람이 있어 보인다. 농장은 고성이고 주민등록은 진주이고 활동도 이형기문학제 등 진주가 중심이다. 이 시인은 시 양봉일지 시리즈로 이름이 났는데 첫시집은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와 <찰나의 꽃>이 있다. 어느 시잡지에서 시인으로서 이색 직업을 지닌 사람들에 대해 특집을 했는데 눈에 띄는 시인 중 한 사람이 이종만이다. 양봉하는 이 시인, 목회하는 고진하 등과 우체부, 용접공 등이 화제를 모았다.

“남쪽 나라에도/ 항구가 있다 헤어지고/ 만남이 있다 그 나라에/ 날아갔다 봄날에 돌아온 제비//우리 말과 그곳의 언어/뒤섞어 말하고 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 울움을 헤아릴 수 없다 (중략)/ 나는 어렴풋이/직역을 하고 있다/지금 삼천포 항구에 배가 떠 있다/ 지금 삼천포 항구에 배가 떠 있다”(이종만의 <지지 배배>)

제비의 말로 삼천포 항구에 배가 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의인법에 풍자적 터치가 재미 있다.

박종현은 삼천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마도>를 노래한다.“집들이 모두 물을 향해 섰다/ 들물 때/ 여름내 물수제비 뜬 자리/ 침몰하지 않는 아이들 꿈은 두어 치도 더 자라/ 어둠 홀로 인내한 섬자락을 더듬는다 /썰물로 텅 빈 자리 찾아든 가을이/ 섬의 시린 잔등을 어루만지면/ 일요일 하루가 저물어도/ 교회 종소리마저 닿지 않는 땅”

삼천포 바로 앞바다에는 어린이 꿈이 있고 텅빈 자리 가을이 들고 일요일 하루 저물어도 교회 종소리 닿지 않는 섬이 떠 있다. 그 섬이 어찌 하나뿐일까? 파도와 적막과 시린 잔등에 노을이 지는 섬! 박시인은 섬을 돌아보는 발동선일까. 경남일보에 산하 기행류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부지런한 시인이다

이용우는 199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이후 화가로서의 역할도 하며 조용한 캔버스에 조용한 풍경을 담고 있다. “솔바람 이는 햇살 고운 날/ 사는 동안 편히 쉬는 집을/ 지어보자 홀로 꾼 꿈이/ 그리움처럼 뿌리 깊은 나무를 옮겨/ 아침 햇살 쌓이듯 기와를 얹고 /누구든 쉬어가라 현판을 건다”<수양루> 그 현판이 수양루이다. 사천을 하나의 휴식 공간으로 삼고 이루는 삶의 의미를 드러내 준다.

조 민 시인도 사천 출생이다. <나의 삼천포>라는 제목이 이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조 민 시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면에 실린 시로서는 가장 모더니즘적인 터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삼천포는 포구다 포구만 삼천 개 항구는 더 많다 삼천포 아가씨가 바다 입구에서 노래를 부른다 혼자서는 안부른다 사람이 지나가야 부른다 삼천 번도 더 부른다 삼천번을 더 불러도 외울 수 없는 노래 삼천포는 삼천리를 가야 한다 밤새도록 삼천리보다 더 멀리 가야 한다 남해로 빠진다 말 안된다 거제로 빠진다 말 더 안 된다… (후략)”

시가 여늬 시들과는 달리 ‘삼천포’라는 지명을 가지고 끌고 나가는 시다. 언어를 조각내거나 깁기를 하는 등 놀이개념의 어떤 기법에 잇대어 있는 것일까? 의식의 흐름도 약간은 원용하는 듯한 시편의 그 자유로움이 만져지는 것 같다. 곱씹어 읽으며 삼천포에 흐르는 노래를 붙들어 보았으면 한다.

사천 바깥 시인들이 사천과의 만남을 시편으로 남기고 있다. 장만호 교수, 이우걸 시인, 유홍준 시인, 원구식 시인, 손진은 시인, 김용락 시인, 김연동 시인,김사인 시인,김 륭시인, 양 곡 시인, 이 산 시인, 수완 스님,김복근 시인, 김정희 시인, 홍진기 시인, 하 영 시인, 정이경 시인, 이정홍 시인, 이동배 시인, 송재학 시인, 손영희 시인, 서석조 시인,김진희 시인, 문 길 시인, 김명인 교수, 강경주 시인, 공광규 시인 등이 그 면면이다. 이름 하나에 갈매기 하나씩 붙여 주기로 하면 꺄르륵 꺄르륵 소리로 파도를 타고 더불어 날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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