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여자친구 있어? 예뻐?
[여성칼럼]여자친구 있어? 예뻐?
  • 경남일보
  • 승인 2021.09.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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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젠더폭력(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을 이야기할 때 ‘가해자’라고 이야기하고 ‘피해자’라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가해자는 남성이 떠오르고 피해자는 여성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가해자도 피해자도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일 수도 있는데 왜 가해자는 남성이 대입되고 피해자는 여성이 대입될까?

가해자가 남성으로 집단화되는 것은 남성의 책임이 아니다. 피해자가 여성으로 집단화되는 것 또 한 여성의 책임이 아니다. 행위자가 특별한 성으로 집단화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 성차별적인 우리 사회의 성문화 탓이다. 곧 사회구성원의 성인식 탓이란 뜻이다.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말을 거는 방식을 보자.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유아기부터 성인기 까지 끊임없이 한 방향의 젠더를 강요한다. “여자친구 있니?” 대답은 ‘있다’와 ‘없다’로 나뉜다. ‘여자친구 없다’라고 대답했을 때 반응은 ‘아직 여자친구도 없니?’라는 무능의 메시지가 온다. 사회관계 속에서 여자친구 또는 배우자가 없는 것을 무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있다’라고 대답했을 때 다음 질문은 “예쁘니?”이다. 외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성장단계에 따라 “손잡아 봤니?”, “뽀뽀해봤니?”, “키스해봤니?”, “여행 다녀왔니?” 등 스킨십에 대한 질문이 들어 온다. 마찬가지로 ‘아니오’ 라는 대답에 ‘아직 그것도 안 해봤냐’는 무능하다는 평가가 돌아온다. 이로써 우리 사회의 성문화는 남성에게 집요하게 이성의 예쁜 여자를 사귀고 스킨십을 주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어디에도 동의를 중요하게 인식할만한 메시지는 없다.

여성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어떤가? 성장단계별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유아기 때부터 어린이집에서 혹은 놀이터에서 남자아이가 뽀뽀하는 일이 생겼을 때 “너가 예뻐서 그래”, “너를 좋아하나 보다”하는 주변 반응을 듣는다. 아빠 친구나 삼촌, 큰아빠 등 지인이 이쁘다고 꼭 껴안을 때 아이가 놔달라고 발버둥 칠 때면 ‘너가 이뻐서 그러는데 삼촌 무안하게, 큰아빠 무안하게 왜그러냐’고 아이를 나무란다.

여자아이들은 두 개의 메시지를 동시에 받는다.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메시지와 친밀한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대방의 감정이 더 중요해’라는 이중 메시지를 받는다. 그래서 데이트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감정, 부부 성관계에서도 남편의 욕구를 더 살피게 된다. 여성 또한 그 어디에도 자발적인 동의를 중요하게 인식할 만한 메시지가 없다.

어릴 때부터 일상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보내는 이러한 메시지는 남녀 모두가 같이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남성의 성적허용이 곧 능력이라는 인식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지게 되고, 여성은 예뻐야 하고 여성의 성적 결정은 주도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성별 구별 없이 남녀가 같이 가지게 된다. 이렇게 남성의 성은 허용적이고, 여성의 성은 통제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의 성문화가 된다.

이런 성문화가 젠더폭력의 가해자는 남성이 대입되고 피해자는 여성이 대입되는 것이다. 즉 성을 기반으로 한 가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것은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 남성의 성은 허용적, 여성의 성은 통제적이라는 성차별적인 사회통념이 남성을 가해자로 몰고 여성을 피해자로 모는 젠더폭력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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