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 [60]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 [60]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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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그림조각이 복원된 야경
코로나가 우리네 일상을 지배하게 된지 벌써 한해하고도 반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경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유럽의 각국에서는 봉쇄조치를 강행하며 코로나 확산을 막아왔다. 일단 봉쇄조치가 시행되면 필수목적외의 이동은 제한되고, 슈퍼마켓과 약국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상점들 이외에 식당, 카페, 문화체육시설 등은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국가와 국민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의 빠른 확산세를 꺾지 못했고 연일 확진자 수가 수 만 명이 웃도는 숫자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역시 강도 높은 봉쇄령을 수차례 강행하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국민들의 접종률이 높아지자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고, 현재는 일상의 제한이 대부분 완화 되어 거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와 돌파감염에 대한 위험이 있어 안심하고 일상을 만끽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의 거의 모든 박물관들이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관람객들을 맞이하지 못했다. 텅 빈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쓸쓸하기 그지없었겠지만, 코로나는 사방이 꽉 막힌 전시실에서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서는 발걸음 할 수 없는 전 세계에 관람객들을 위해 영상을 통한 큐레이터의 작품설명과 박물관 투어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핸드폰과 컴퓨터의 화질이 실제와 아주 흡사해졌다고 하더라도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여 작품을 마주하는 것과 견줄 수 없고, 화가들의 색채에 베어들어 있는 세월의 정취를 직접 느끼는 감동을 대신 하지는 못한다. 국립 박물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사는 나조차도 실로 오랜만의 박물관 나들이에 입구에서 부터 심장이 두근댔으니 말이다



◇달라진 박물관 관람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이 관람객들을 다시 맞이하기 시작했다. 국립박물관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 있는 수 백 개의 박물관이 긴 시간 끝에 재개관을 했고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시간 별로 인원을 제한하여 운영한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입장을 위한 표는 무조건 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입장시간을 선택하여 미리 구입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입장권을 구입할 수 없고, 예약시간 확인으로 인해 입장 대기 줄이 길어 박물관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는 편이 낫다.

입장한 박물관 내부 바닥에는 화살표 표시가 많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제한해 한 방향으로 이동시키기 위함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낀 관람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고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한 작품 앞에서는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여유 있게 감상한다기보다 타인과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 탓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관람을 이어나갔다.



◇잘려진 ‘야경’

국립박물관에 오랫동안 발걸음 하지 못했던 동안에 박물관을 통틀어 가장 큰 변화는 한 화가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잘 보존 되어야할 작품에 변화가 생기다니, 어찌된 일일까?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혼자 커다란 전시실을 독차지하며 관람객을 맞이했던 이 그림은 큼지막한 캔버스 사이즈 때문에 수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그림의 절반 넘게를 볼 수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충눈치 챘겠지만 이 작품은 바로 렘브란트(Rembrandt,1606~1669)의 ‘야경(Night Watch)’이다. 렘브란트는 자신이 그린 이 민병대원들의 초상화가 훗날 그를 가장 대표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 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제일 처음 완성했던 때와 그 모습이 다르다. 그림 가운데서 찾을 수 있는 검정색 제복을 입은 남자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위다. 그는 1640년 암스테르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화가 렘브란트에게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민병대의 단체 초상화를 의뢰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렘브란트가 이 그림을 완성했을 때, 캔버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던 ‘야경’보다 조금 더 컸다. 그림이 완성된 직후 처음 걸렸던 곳은 민병대 건물로,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는 ‘야경’외에도 5점의 다른 민병대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었다고 한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마음에든 대위는 또 다른 화가들에게 렘브란트가 그린 자신들의 초상화를 똑같이 그려달라는 작업을 지시했다.

1715년 야경은 암스테르담 시청(현재 네덜란드 왕궁)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그림이 걸릴 벽의 공간이 충분치 않게 되었고 그 크기에 맞게 그림의 네 가장자리가 잘려나갔다. 물론 잘려나간 부분의 행방은 알 수 없다. 한편 ‘야경’의 사본 작업을 의뢰 받았던 화가는 런든(Gerrit Lundens,1622-1686)으로 현재 국립박물관에는 그가 그린 야경의 사본이 렘브란트의 것과 한 공간에 걸려있다. 런든이 렘브란트의 야경을 보고 그렸을 때는 그림의 가장자리 부분이 온전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런든 덕분에 잘려나간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복원,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립박물관 ‘야경’ 복원 팀은 2018년부터 조금씩 부식되어가고 있는 그림을 더욱 오랫동안 잘 보존하기 위해 프로젝트 형식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3D 스캐너로 그림의 상태를 구석구석 관찰하고 현 상태를 파악하여 보존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야경이 처음 그려졌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보자는 아이디어로 확장되었다.

과학자 및 연구자들은 컴퓨터에게 런든의 사본을 바탕으로 렘브란트의 화풍이 드러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 작업에는 인공지능의 한가지인 인공 신경망 기술이 사용되었다. 인공 신경망은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문제와 결과 값을 통해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주어 졌을 때 최적에 가까운 답을 찾아낸다.

이 기술을 적용해 렘브란트의 원본과 런든의 사본을 적용시킨 다음 비율, 색상, 그림 그리는 스타일 등 여러 단계를 통해 잘려나간 부분을 추측해냈다. 먼저 원본과 사본을 가능한 한 겹치도록 하여 그림 속 대원들의 생김새 등 수백 가지의 중요한 지점을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면 인공 신경망은 런든의 사본에서 렘브란트의 원본과 가장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런든의 사본을 원본과 가장 가깝도록 변형 시킨다. 이후 컴퓨터에게 색상과 붓질 등 렘브란트 스타일의 그림 방식을 학습시킨다. 이 과정은 두 그림을 수 천 개의 조각으로 나눈 다음 원본과 가깝게 변경된 사본을 풀어야할 문제로 지정하고 원본을 결과 값으로 여기게 하여 런든의 사본에서 사라진 그림의 조각을 추측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기술은 비단 렘브란트가 어떤 색상을 사용 했을지에 관한 대답을 넘어서서 그림속의 작은 섬세함 까지도 알아 낼 수 있도록 해준다. 마침내 런든의 사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야경’의 사라진 조각들은 기계로 프린트 되어 원본의 네 부분과 합쳐졌고, 우리는 렘브란트와 첨단기술이 합쳐져 만들어낸 진짜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국립 박물관의 이번 복원작업은 앞으로도 사명감과 노력으로 작품을 보존, 관리해야나가야 할 박물관의 역할에 좋은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화가의 붓질, 색감 등 작품 스타일을 파악하여 소실된 부분을 예측 할 수 있다는 것은 화가의 의도와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중심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어 무한한 중요성과 연구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300여년 만에 완전한 모습을 되찾은 그림은 거장의 터치와 과학기술의 결합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더욱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주소: Museumstraat 1, Amsterdam
운영시간: 월~일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성인 20유로, 18세 이하 무료
홈페이지: http://www.rijksmuseum.nl/



 
국립박물관 야경 전시실 내부
복원의 실마리가 된 런든의 야경 사본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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