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내고 박생광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자
[경일시론]내고 박생광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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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접견실에는 내고 박생광 선생이 보리암에서 바라본 듯한 200호 정도의 동해 일출이 항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총장실에는 파성 설창수 선생의 병풍이 대학의 역사와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총장으로 재직중에 내고 박생광을 지역시민과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많은 관심속에 지난 6월부터 “내고박생광 진주에 묻다”로 기획된 이성자 미술관에서 전시 되고 있는 내고 박생광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때 몇 분의 미술계 지인을 통해, 내고 박생광 선생의 미술계의 위상을 듣게 되었다.

박생광 작품전은 진주에서 개최되곤 했는데, 특히 이번 작품전은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사이의 고민이 그림으로 묻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작품들이 진주를 떠나 유명세를 타고 전국에 흩어져 있어 체계적으로 전시가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을 주었다.

일본 유학 시절, 태어난 진주를 떠나 서울로 이사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본인의 마음을 화풍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것, 화풍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인도 성지 순례 이후 그림 등은 아직 진주에서는 전시된 바는 없는 것 같다.

경상국립대학교 전신인 진주농업학교를 같이 다닌, 내고 화백은 청담스님과 파성 설창수 선생과도 교류를 하면서, 진주를 중심으로 개천예술제의 산파역활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에는 청담스님의 흉상이, 불교계와 청담 사상 연구소가 힘을 보태어 오래전부터 세워져 있다. 이번 기회에 내고 박생광 흉상과 파성 설창수 흉상이 한곳으로 모여서 진주 시민 뿐만아니고 경상남도 도민도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떤지? 이번 진주시 박물관 이전을 계기로 여론을 모아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해 본다.

일본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평생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고 한국을 잊지 않고 있다가 생의 마지막에 한국적 색상의 화풍으로 변신하였다.

무당, 꽃가마, 토함산 해돋이, 불상 등을 통해 순수 한국적인 주제를 선택하고, 오방색의 채색을 수묵화에 혼합하는 독창적 기법을 가미하여, 한국의 현대미술사에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고, 수묵채색화 큰 별로 남았다. 그런 이유로 민족회화의 현대적 계승을 통해 미술계에서는 한국의 피카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명성왕후, 동학혁명을 소재로 역사화를 통해 후세에 귀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많이 남아 있다.

그의 말년의 색상의 근원을 보면, 고향친구이자 불교계의 큰 스님으로 추앙받고 있는 청담대종사 작품을 통해, 청담스님과의 정신적 교류도 그의 그림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인도 여행을 통해 구도기(求道記) 같은 혜초스님을 그리면서, 불교계의 색채와 대중들로부터 미신과 같다고 무시 당했던 무속 세계속에서, 강렬한 색상의 조형언어로 형상화함으로써, 서구화 일색의 풍토에서 민족의 색상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도 민족화가로 마지막을 잘 정리하신 미술계의 큰 별인 내고 박생광 선생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고, 주위 지인들과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열망이 잘 표현되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라고 강조 하신 선생은 민족의 정신적 의식을 화풍에 담기 위해 남명 사상과 정신적인 교류는 알 수 없지만, 말년 작품을 통해 500여년 전 남명선생의 원천부(原泉賦)를 만난 듯하다. 남명선생의 원천부를 보면 학문을 하여 세상의 온갖 이치에 환하게 밝혀진 것을, 샘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으로 비유한 글과 같이, 내고 선생의 말년 그림에는 세상사 모든 느낌을 화폭에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진주 출신 내고 박생광을 재조명하기 위해서, 우선 경상국립대학이 중심이 되고 진주시와 진주문화원 등이 여론을 잘 수렴하여 내고 박생광 미술관 건립이 조속히 결실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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