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관계가 있을 뿐
[기고]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관계가 있을 뿐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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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화 (진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제목이 이미 다 했다. 좁게 해석하면 범죄자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제목이 극단적이라는 것과 엄밀히는 명제도 틀렸다는 점은 인정한다.

나쁜 사람은 있다. 날 때부터 범죄자라는 ‘생래적(生來的) 범죄인설’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벌해야 할 것은 그 행위가 아니라 행위자’라는 수준을 넘어 ‘벌해야 할 것은 행위자의 DNA’라고 할 정도로 범죄자에 대해서 환경이나 교육의 문제가 아닌 타고난 습성을 극단적으로 중요시하는 부류도 있다.

반사회적 품성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하더라 만은 나는 간혹 ‘나쁜 놈’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제목이 저따위인 건 많은 범죄에 있어서는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폭행이든 사기든 많은 피해자는 피해 그 자체보다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해서 분노한다. “그 사람이 그럴 수 있나? 나한테, 어떻게, 우리 관계에서?”라고.

사실은 놀랍게도 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나쁜 일이 생겼길래 ‘나쁜 관계’라고 하는 것이지 사실은 ‘좋은 관계이거나 좋은 관계였어야’ 했다는 점이다. 오래전 이규태의 칼럼에서 ‘조선말 서대문 형무소에 여성 사형수가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 여인의 죄명이 살부살부(殺父殺夫)였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부녀와 부부의 관계가 죽이고 죽여야 할 관계는 절대 아닐진대.

추석 목전이다. 이때쯤 경찰청에서는 가정폭력 대비 지시 공문이 꼭 내려온다. 작년 추석은 재작년보다 약 12% 줄었지만, 평일 대비 약 47%가 늘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살인도 포함되어 있다. 가족, 더 이상의 가치가 있을까 싶은 가족 간.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아들·동생·조카를 맞아 풍성한 명절 음식에 아껴뒀던 술 한 잔 곁들여 정을 나눌 때. 아들·동생·조카 잘되라고, 다 너 잘되라고 건네는 한 마디가 비수가 되고, 달리 해석되어 독 비수로 돌아올 때, 가족은 그저 그리워만 해야 하는 가치가 된다.

친함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만 친(親)할수록 예(禮)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있다. 올 추석엔 오지 않을 두 녀석, 빵 굽는 놈과 군인 된 놈. 그럼에도 처는 성화다. 아무 소리 말라고. 오니라 언제든. 아비가 이제사 깨달은 가족 간 친(親)함의 예(禮)를 보여주지.

김창화 진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김창화 진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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