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합천군수님, 파리장서비에서 표지석을 보십시오
[경일포럼]합천군수님, 파리장서비에서 표지석을 보십시오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4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점석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한 지가 벌써 14년이 지났고, 공원 표지석을 세운 지 13년이 되었다. 현재 일해공원은 전국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2004년, 합천군이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합천읍 황강변에 ‘새천년 생명의 숲’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한 후 합천군은 공원 명칭 변경을 추진하였다. 먼저 공원 명칭을 공모하고, 2006년 12월 15일부터 닷새간 4개 후보인 군민공원·일해공원·죽죽공원·황강공원을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설문 대상자를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 1364명으로 한정했다. 설문에는 601명이 참여해 302명이 표를 준 ‘일해공원’이 선정됐다. 2007년부터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을 변경할 당시에도 시민단체 반대가 거셌다. 2007년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일해공원에서 상영했다. 당시 합천군수는 공원 야외공연장 전기를 끊겠다는 등 영화 상영 불허 견해를 밝혔지만, 이날 모인 4000여 명은 전두환의 학살 만행을 영화로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일해공원 명칭을 꼭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다.

2008년에 세운 공원 표지석에는 한글로 ‘일해공원’이라고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런 고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하며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적혀있다.

글씨는 대통령 전두환이 썼다. 표지석 안쪽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왼쪽에 합천군민 대종각이 있고, 오른쪽에는 ‘3·1독립운동기념탑’이 있다. 종각에는 새천년이 시작되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합천인의 화합을 위해 삼천관쇠북을 2001년에 달았다. 공원 안에는 2007년에 세운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가 있다. 이 비에는 파리장서 전문과 유림 137명의 이름이 세로로 길게 새겨져 있다. 곽종석을 위시한 137명 중에서 합천인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 파리장서비 앞에 서서 도로 쪽으로 바라보면 일해공원 표지석 뒷면이 보인다. 파리장서비에 이름이 새겨진 137분의 어르신들이 일해공원 표지석을 지켜보고 있다. 군민들도 같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 7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황강신문’이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주민 56.1%가 공원이름 바꾸기 주장에 동의했고, 반대 응답 비율은 36.2%였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동의’ 39.8%, ‘동의하는 편’ 16.3%, ‘반대하는 편’ 28%, ‘매우 반대’ 8.2%였다.

다행히 문준희 합천군수가 9월 1일, 군의회 임시회 군정 질문에서 이름 바꾸기 논란과 관련해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물론 공동체성이 강한 좁은 지역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란자, 범법자를 두둔하다가 전국적으로 추락된 합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2001년 군민대종을 만들 때처럼 합천인의 화합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천의 자랑과 긍지가 담긴 이름을 붙여서 군민이 사랑하는 군민의 공원이 되기를 바란다.

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전에 군수께서는 먼저 공원 안에 있는 파리장서비 앞에 가서 장서에 서명하신 그 분들의 입장에서 도로변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을 바라보시기를 부탁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