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자루 찢는 중
[경일시론]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자루 찢는 중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4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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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정재모

 

어느 초등학교 교실. 국어시험에 속담 문제가 났다. ‘사촌이 논을 사면 ○○ ○○○.’ 한 어린이의 답안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빈칸을 ‘함께 가본다’라고 채운 것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저도 기뻐 그 논에 함께 가보는 게 올바른 심성이다. 어느 선생님이 이 아름다운 답안에 곱표를 칠 수 있겠나. 온라인에 떠 있는 이 답안이 익살인진 몰라도 배 아픈 건 정답일 수 없다는 불호령으로 들린다. ‘바보야, 답은 이거야’ 라며 내리치는 죽비소리 같기도 하다. 오늘(15일) 1차 컷오프를 비롯해 대선 후보 경선 도정(道程)에 있는 국민의힘이 맞아야 할 죽비일 듯도 싶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 몇몇의 발언들을 돌이켜 본다. 그들은 당내 경쟁자이자 선두주자인 윤석열 후보를 사정없이 때렸다. 지난주 일만 해도 그렇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인 윤 후보를 향해 적군 같은 자세를 취했다. 윤 후보가 ‘고발 사주’ 증거를 대라고 대응하자 홍준표 후보는 “그런 식의 우격다짐으로 수습될 수 없다”고 했다. 이죽거리는 투가 배어 있었다. 대검이 당시 윤 총장 부인과 장모 사건 정보를 챙겼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찰 조직을 가족 비호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옆바람을 넣었다. 그의 지지율이 최근 오른 게 이같은 ‘내부 총질’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올바른 정치적 처신은 아니다.

유승민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권력을 사유화한 헌법 유린”이라고 몰아쳤다. 관여 사실이 드러나면 후보직을 사퇴할 건지 밝히라고 득달같이 다그쳤다. 이런 공격이 가정(假定)을 앞세우면서까지 그렇게 서두를 말이었나. 이들은 윤 후보의 부인에 대한 악성 소문이 돌 때도 가만 있지 않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권의 공격보다 더 격한 소리도 있었다. 하태경 장성민 후보도 윤 후보가 입당 이후 여권 공격을 받을 때마다 비슷한 화살들을 보탰다. 여론 조사상 자기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지지율에 배 아팠던 걸까. 반사이익을 바랐을까.

정권 교체를 바라는 쪽 국민은 대략 절반을 조금 넘는 걸로 나타나고 있다. 그 많은 국민들은 지금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여론상 다수 지지를 얻고 있는 윤 후보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그에게서 마음에 안 드는 게 좀 있어도 애써 내색을 않는 듯이 보인다. 아무려나 현 집권 세력에 다시 권력을 안겨주는 것보다야 낫다는 심산일 게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자기네끼리 자루를 찢고 있는 중이다. 경쟁하되 서로가 울이 되어 여당과 싸우면서 정권 잡는 데 힘을 모야야 할 한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동료의 지지율을 시기하고, 어려움에 처하면 쌤통이란 듯 덩달아 공격에 합세한다.

경선 룰을 둘러싼 내분도 꼴불견이었다. 영입 열흘만에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었다. 봉합되었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나. 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 넣는 문제를 두고 극단적 알력을 빚었다. 야당 후보를 본선에서 수월케 떨어뜨리자고 벌이는 게 반대편의 조직적 역선택이다. 근데 몇몇 후보들은 왜 그 조항을 그처럼 반대했을까.당내 경선만 이기면 본선에선 져도 괜찮다? 우파 국민들은 의아스러웠다. 저러고도 권력 가진 정파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뇌리를 때렸던 거다.

아무리 봐도 지금 열 한 명이 각기 제 팔 제 흔드는 격의 저 당이 미덥지 않다. 얼마 전 한 신문에 실린 보통사람의 칼럼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ㅡ“작년 총선 투표일 저녁 풍경을 또 보게 될 것 같다”ㅡ. 그 풍경이란 대선일 출구조사 발표와 이어 벌어질 개표 상황, 우파 국민의 깊이 모를 상실감 따위일 거다. 유력 후보는 목하 대형 의혹 회오리에 처해 있다. 우선은 그 고비 넘을 수 있도록 한군데로 모아주는 힘이 ‘국민의 힘’일 테다. 힘은 배 아픈 데 아닌, 함께 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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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9-14 21:38:03
홍준표 이 덜떨어진 놈아 꿈깨~
윤총장 떨어져도 니놈은 안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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