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농업의 시작과 끝 “토양”
[농업이야기] 농업의 시작과 끝 “토양”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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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까?’라고 하는 말을 듣던 때가 있었다. 별다른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땅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는 생각에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농사만큼 어려운 것이 없고 농사만큼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기후와 기상 변화를 알아야 하고, 병해충 생태, 작물 생리와 관리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작물을 재배하는데 기초가 되는 토양을 알아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원하는 생산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토양은 작물을 지지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양분과 공기, 수분을 저장하고 작물에 공급하며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토양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토양(土壤, Soil)은 ‘흙’과 ‘양분’의 결합체이다. 그렇다면 해운대 백사장은 토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모래가 양분을 저장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토양이라 할 수 없을까. 토양은 흙과 양분의 결합체이면서 동시에 마치 시루떡처럼 층으로 구분되는 구조적인 특성을 가져야 한다. 백사장은 밑으로 파 내려가도 층을 이루지 않고 모두 모래로 구성되어 있어 토양이 아니라 그냥 모래땅이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한 토양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토양의 기본적인 3가지 요소인 토양 화학성, 물리성, 생물성(토양 미생물)에 대한 이해와 관리가 핵심이다. 먼저 토양 화학성 관리는 작물을 재배하기 전 토양검정을 통해 적정량의 양분만을 공급하여 토양 내 염류집적을 방지하고 퇴비 등 완숙 유기물을 공급하여 토양 완충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토양 물리성은 고상(무기물과 유기물), 액상(수분), 기상(토양 속 공기)을 적절한 비율(50:25:25)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대형 농기계 사용과 함께 토양을 쌓거나 깎는 인위적인 조성으로 흙이 다져지고 물 빠짐이 나빠져 뿌리가 잘 뻗지 못해 생육이 불량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것은 토양입자 사이 틈새를 차지하는 액상과 기상의 비율이 불균일해져서 생긴 결과이다. 물리성이 불량한 경우에는 토양 상태와 작물 생육 상태를 고려해 토양 환경을 개량해야 한다. 토양생물상(미생물) 관리는 체계적인 윤작과 피복작물의 이용으로 작물에 유익한 토양미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토양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맡는 흙냄새는 토양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화합물인데 건전한 토양에서는 이처럼 향긋한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

건전한 토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암석으로부터 토양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만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토양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원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땅을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 숭배하지는 않지만 건전한 토양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과학적인 사실인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농업의 시작과 끝은 토양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허재영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학박사



 
허재영 경남도농업기술원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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