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만들었는데..." 하청노동자의 '눈물'
"K조선 만들었는데..." 하청노동자의 '눈물'
  • 배창일
  • 승인 2021.09.1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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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 폐업 앞둔 J업체 노동자들
고용보장·연금 체납피해 해결 등 촉구
오는 10월 1일 폐업을 앞두고 있는 거제지역 한 조선업 발판업체 노동자들이 고용보장과 국민연금 체납피해 해결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과 대우조선해양 발판업체 J기업 노동자들은 14일 오전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보장과 국민연금 체납 피해 해결, J기업 대표 구속을 촉구했다.

비오는 거리에 나선 노동자들은 “지난 10일 조선해양의 날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할 때, J기업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피켓을 들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선산업 불황 기간 동안 혹독한 임금삭감과 대량해고로 극한에 내몰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업 재도약의 시기에도 여전히 하루아침에 해고돼 쫓겨나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연금 체납피해까지 당하며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J기업 재하도급 물량팀 노동자들은 다른 발판업체로 옮겨 계속 일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량팀으로 간 노동자도 있다고 한다”면서 “재하도급 물량팀 노동자는 폐업에도 고용을 유지하면서 J기업에 직접 고용돼 일한 노동자들은 대책 없이 해고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또 “J기업은 17개월 동안 4억 5000만 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횡령, 체납했다”며 “뒤늦게 폐업사실을 알고 건강보험공단이 J그룹 통장에 압류조치를 하자, 원청은 J기업 다수 노동자의 반대에도 기성금을 J기업 총무 통장으로 지급하는 편법을 승인하고 용인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는 J기업 노동자와 함께 벼랑 끝에 내몰린 하청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기업 노동자 나윤옥(여·52) 씨는 “J기업 대표는 매월 노동자 월급에서 공제한 돈을 횡령하고, 건강보험공단은 4대 보험료 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며 “국민연급 체납과 횡령은 J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소 내 대다수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씨는 “이제 곧 조선소 노동자 인력 보릿고개가 온다는데 왜 우리는 쫓겨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심각한 발판 하청업체 인력난에도 문자로 해고예고통지서를 보내온 것은 하청노동자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여름철 철판이 달궈지며 60도가 넘는 탱크 속에서 작업하다 잠시 쉬기 위해 나오면 작업복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안전화 역시 구멍 뚫린 장화처럼 물이 흥건하다”며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탱크로 들어갈 때면 여기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푼이라도 벌어야 살 수 있어 참고 다시 들어갔다”고 울먹였다.

나씨는 “하청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데 세계 1위면 무엇하냐”면서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배는 하청노동자가 있어야 만들어진다”고 호소했다.

배창일기자 bci74@gnnews.co.kr

 
14일 오전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과 대우조선해양 발판업체 J기업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보장과 국민연금 체납 피해 해결, J기업 대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14일 오전 거제시청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발판업체 J기업 노동자 나윤옥(가운데) 씨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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