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재청의 수승대 명칭변경 고시 유감
[기고]문화재청의 수승대 명칭변경 고시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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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한 (도립거창대 교수·전 경남도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
문화재청의 느닷없는 ‘수승대’ 명칭변경 고시로 거창군민들을 당혹해 만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역사성 검토 결과에 따라 ‘수송대’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명칭변경 고시 이유다. ‘수승대’ 명칭은 퇴계 이황의 제명시(수승대에 부치다, 寄題搜勝臺)를 따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수송대(愁送臺)’ 명칭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이곳에서 송별할 때 마다 근심을 이기지 못해 수송이라 일컬었다는 설과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조선시대에는 수승대와 수송대가 혼용되어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명칭 사용에 명확한 근거는 불분명하다. 다만 수송대 명칭은 1700년대의 지도에서 수송대로 기록한 것이 있는 등 1800년 이전까지 간혹 그 기록이 보이기는 하나 이것은 지도제작자 등 변경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전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수승대 명칭에 대해서는 퇴계문집에 수록된 위 수승대 제명시에 ‘그 이름이 아름답지 못해 수승으로 바꾸자 하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옳게 여기더라’라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으며 1800년이후에 ‘수송대’는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현재 거창군민들은 수승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어떤 의문이나 어려움이 없다. 수승대 명칭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과거 삼국시대에는 수송대로 불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수송대 경내의 안내판에는 위 내용을 기록해 거창군민 뿐만 아니라 수승대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연원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한가지 사실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지역이나 그 지역의 인물들과 특정한 사건들, 그 지역만의 문화 등의 것들이 시간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삼국시대 접경지역 이별 장소였던 수송대에서 1000년이 흐른 뒤에 퇴계 선생이 수승대라는 이름을 입혔고 다시 500년을 이어온 것이 현재 지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수승대의 역사로서 이 명칭은 아무 거부감 없이 잘 사용되고 있다. 수송대로 명칭을 바꾸자는 것은 그 지역의 누적된 역사 중 한 단면만 보자는 것 밖에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것은 지정기준의 만족정도 및 역사성을 동시에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는 문화재의 지정사유에도 오히려 미달된다고 생각된다. 문화재청은 지역민들이 원하는 현재의 수승대 명칭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


하종한 도립거창대 교수·전 경남도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
 
하종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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