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짐계(斟溪) 려증동 선생을 추모하며
[기고]짐계(斟溪) 려증동 선생을 추모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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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1회 졸업생)
 

 

사람들한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길이 생로병사와 회자정리라 하지만, 선생의 기세(棄世)는 진주만이 아니라 선생을 알고 계신 온 세상 사람들에게 큰별이 떨어진 충격과 함께 가슴 아픈 슬픔을 안겼습니다.

오래오래 사시면서 비뚤어진 사람을 바로잡고 이치에 어긋난 일을 바루어서 공명정대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셔야 했습니다. 무엇이 바빠서 그 큰일을 못다 하시고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바삐 가셨습니까.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눈물이 되어 앞을 가리기만 합니다.

선생은 배달겨레가 낳은 우국지사요 지중군자이며 배달학자이셨습니다. 배달학을 일으켜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우국충정은 금석처럼 굳고 강렬했습니다. ‘도광(韜光)’이라는 빛 감추기를 좋아하신 선생은, 겸손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며 자랑과 교만이 넘치는 세상을 꾸짖는 선각자이셨습니다.

자호(自號) ‘짐계(斟溪)’처럼 2번 생각하고서 옳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셨고, 물처럼 순리를 따르며 티 없이 사셨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셨고 억울한 사람을 보면 언제 어디서든 도와주시는 덕(德)을 베푸셨습니다.

검증하지 못한 학설도 동조자만 많으면 정설이 되는 허상의 껍질들을 한 눈에 꿰뚫어 보고 그것을 벗겨 내는데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삶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 배달겨레 문화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안목, 끝없이 솟아나는 천재다운 발상력, 탁월한 언어감각과 한문 실력이 어우러져 펼쳐 내는 글들은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탄복과 함께 기쁨을 누리게 했습니다. 학자가 글을 읽는 까닭은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에 있으니, 여기서 벗어나면 학자 될 자질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하며 시원했습니다.

배달말교육의 길을 열어 펼치신 개척자가 선생이셨습니다. 사범대학의 설립목적에 맞는 국어과 교육과정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편성 운영하셨습니다. ‘배달말교육은 사람교육’이라 하시며 참다운 문학교육을 펼치셨습니다. 글감을 읽고 감동을 붙잡되, 직관을 키워야 문화 창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하셨습니다. 말의 힘을 생각하며 문학교육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어학교육이라 하셨습니다. ‘언어도구설’이 배달말 교육 발전에 얼마나 해악이 되었는가를 지적하며 ‘언어와 사고 문화’의 관계이론을 펼치신 언어교육철학자이셨습니다.

조선문자는 세종대왕 혼자서 극비리에 만든 것이라는 말씀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사람살이 말글문화가 무너지면 얼에 지고 얼에 지면 나라 지킬 힘을 잃게 됨을 역사용어 바로잡기로써 보여 주셨고, 배달겨레 가족언어 바로쓰기로써 효행을 깨우쳐 주신 문화역사학자이셨습니다.

‘짐계(斟溪)’ 라는 큰별 하나가 떨어졌지만, 선생이 남기신 ‘한국문학사’를 비롯한 20여 권의 저술처럼 나라 안에서는 진주가 선생의 학덕(學德)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나라 밖에서는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월드’와 영국 IBC에서 선정한 ‘국제인물사전’에 실린 선생의 명예처럼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깨우침이 그 얼마이겠습니까. 저희 문하생들은 선생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 ‘배달학’을 펼치는 데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마음 놓으시고 편히 지켜 주시옵소서.

짐계 선생의 기세(棄世) 1주기(2021년 9월 23일)를 맞아 문하생 김봉규가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김봉규 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1회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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