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옹알이
[천왕봉]옹알이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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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정재모

 

“감사합니당” “나둥”…. 젊은 사람들은 트윗이나 가벼운 대화체 문자 끝 음절에 이처럼 ‘ㅇ’을 곧잘 붙인다. 하나의 언어현상이 되었다. 대놓고 붙이는 건 아니다. 허물없는 사이이거나 응석을 부릴 만할 때 쓰는 나잘(콧소리)이다. 이어령 선생은 문자질 끄트머리의 이 ‘ㅇ’을 한국인 특유의 옹알이라 했다(한국인 이야기).

▶말끝 ‘ㅇ’ 붙이기로는 조선 초 명재상 맹사성의 공당문답이 유명하다. 그가 여로에서 만난 한 선비와 나눈 대화 말이다. ‘무슨 일로 서울 가는공’, ‘벼슬하러 간당’, ‘무슨 벼슬인공’, ‘녹사(錄事)당’, ‘내가 시켜줄공’, ‘안된당’. 연려실기술의 기록이다. 청산별곡의 저 유명한 ‘머루랑 다래랑’과 ‘이링공저링공(이러쿵저러쿵)’, 도산12곡의 ‘오명가명’도 있다.

▶옹알이는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가 옹알옹알 내는 입속 소리다. 단어와 문장을 말할 줄 알기 이전에 내는 소리여서 귀엽고 사랑스럽다. 문자질에서 ‘ㅇ’을 말끝에 붙인다는 건 대단히 친한 사이임을 시사한다. 어리광을 부리고 그걸 귀여워하는 관계라면 부녀 간이나 친한 친구처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짐작해도 좋을 거다.

▶윤석열 검찰의 여권인사 고발 사주 의혹 논란 중심인물이 돼 있는 한 여성이 쓴 ‘ㅇ’ 매듭이 화제가 됐다. “대표님 응원과 애정으로 무럭무럭 자랍니당”이란 문장. 현 국정원장인 박지원 옛 국민의당 대표와 2019년 주고 받은 SNS 대화에서다. 성인의 이 옹알이, 응석일까. 아양일까.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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