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이제 분산이 시대적 요구다
[경일시론]이제 분산이 시대적 요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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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18세기 중엽 영국 등에서 시작됐던 3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정치·경제·사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농업중심에서 공업중심사회로 대변혁을 시켰다. 이러한 대변혁은 20세기 후반까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됐다. 산업혁명은 분산돼 있던 사람과 경제적 재원을 한 곳에 모이게 했다. 그 힘을 바탕으로 강대해진 제국들은 약소국을 침략·식민·약탈했다. 반면 약소국들은 식민 지배에 벗어나기 위해, 약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강대국에 대항하기 위해,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가의 모든 재원을 한 곳에 모았다. 강대국은 침략과 약탈을 더 강화하기 위해, 약소국은 생존하기 위해 한 곳으로 모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해방 후에는 인재도, 자본도 한 곳(서울)으로 쏟았다. 생존 차원에서, 국가 번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했던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인재·자본 등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한 곳으로 집중해야만 했다. 선택과 집중이 시대적 요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시대적 요구가 이젠 임계점을 맞았다. 200년 넘게 한 곳으로 집중시킴으로써 나타난 폐해가 너무 크다. 국가 간, 지역 간, 계층 간에 불만과 갈등, 대립이 극에 달했다. 밀집된 도시지역은 사람과 돈이 너무 넘쳐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졌다. 반면 농촌 및 외곽지역은 황폐·피폐화 될 대로 됐다. 200년 넘게 된 집중화가 우리나라에서는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진행되는 바람에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상적인 처방으로는 결코 호전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든 21세기에 코로나와 집값 사태는 지금까지의 시대적 요구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코로나가 발생한 지도 2년 가까이 됐지만 속수무책이다. 퇴치, 근절, 종식은 엄두도 못내고 코로나 확산 최소화에만 급급할 뿐이다. 강력한 방역대책에도, 백신접종에도 코로나 감염은 줄지 않고 더 늘어난다. 밀집된 곳에 감염력이 더 높은 탓에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감염이 매우 심각하다. 확산세도 너무 빠르다. 대응도 불가능하다. 반면 농촌·외곽지역에는 인구가 적은데 이 마저도 분산돼 있다. 코로나 감염자가 거의 없다. 확산도 더디다. 초기에 차단된다.

집값 사태 역시 인구가 너무 집중돼 발생한 문제다. 수도권에 집은 없는데 찾는 사람이 많다. 집값이 폭등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집을 많이 공급하면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수도권에 집을 지으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더 쏠리게 된다. 또다시 수도권에 집이 모자라게 되고 집값은 또 폭등한다. 그러면 또 수도권에 집을 더 짓게 되고,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또 몰려 가고, 또다시 집값이 폭등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에 반비례해 수도권에 집을 짓는 만큼 비수도권은 공동화되고, 폐허가 가속된다. 지금 상황으론 수도권 집값 사태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 수도권에 인구 50%, 자본 80%, 일자리 80%가 몰려 있다. 사람도, 돈도,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다. 그러니 코로나 감염자가 많을 수 밖에, 집값 역시 오를 수 밖에 없다. 코로나와 부동산 사태 해결은 인구와 돈, 일자리를 분산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집중화가 된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와 집값 사태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해결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선택과 집중이 시대적 요구였다면 이제부터는 분산이 시대적 요구다. 시대적 요구에 순응하는 국가가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바뀐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세계에서 또다시 낙오되는 국가가 되선 안된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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