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번째 명절 “방역 최전선, 이번에도 지킵니다”
코로나 3번째 명절 “방역 최전선, 이번에도 지킵니다”
  • 백지영
  • 승인 2021.09.16 2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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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보건소 전 직원 연휴 중 3~4일, 현장 지켜
“접촉 늘어나는 연휴, 재확산 불씨되지 않기를”
지난해 2월 경남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 7개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 속에 예년과 다른 명절도 다가오는 추석이면 어느덧 3번째다.

코로나 이후 시민들의 명절 풍경이 사뭇 달라졌듯, 연휴 내내 선별진료소·역학조사반·방역팀 등을 운영하는 진주시 보건소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예년 명절에도 각 직원이 하루 이상 당직 근무를 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업무 증가로 이번 5일 연휴 중 1인당 3~4일씩 당직 업무에 투입된다.

16일 오전 9시께 진주시 초전동 진주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명절에도 방역 최전선을 지킬 이들을 만났다.

하미경 보건행정팀 주무관은 추석 연휴 중 사흘간 비상 진료, 전화 대응, 동선 조사 등 당직 업무에 나선다. 그의 본 업무는 보건 시설물 관리이지만, 코로나 상륙 이후로는 여느 동료들처럼 각종 방역 업무도 병행한다.

과거 명절이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지만 이번 추석을 비롯해 코로나 이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미취학 자녀가 “엄마는 왜 맨날 집에 없어? 너무 시민들만 생각하고 우리는 생각 안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으며 이직을 보챌 때는 마음이 아프다.

하 주무관은 “연휴 동안 편히 쉬지 못해 아쉽지만 저희의 헌신과 노력으로 시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감염병관리팀 강민지 주무관도 연휴 닷새 중 사흘간 해외 입국자 관리 등에 투입된다.

지난해 10월 입사한 그는 업무 시작 전 ‘내가 투입될 때쯤이면 코로나 상황도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 유행 상황은 연일 악화일로를 걸었다. 진주는 그가 일을 시작한 달 이·통장 발 집단감염이 터진 것을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굵직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이후 변이 바이러스 출몰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 20명 정리가 끝나기 전, 새로 확진자가 30명씩 추가될 때면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지나 신규 발생이 잠잠해질 때면 확산세 저지에 일조한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린다.

이들은 코로나 장기화 국면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곁에 있는 동료들과 시민들의 응원, 그리고 사명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 주무관은 “감염병관리과는 직원들이 집에서 5시간 정도 자는 것 외엔 새벽에 나와서 다음 새벽까지 일한다”며 “아무리 지쳐도 월 200시간 정도씩 초과 근무하는 감염병관리과 직원들을 보면 우는 소리 대신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열심히 근무해도 동선 노출자 등으로부터 불평불만을 들을 때면 ‘감정 쓰레기통’이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강 주무관 역시 “함께 입사한 동기, 선배들 덕분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릴 수 있었다”며 “지역 각계에서 보내준 응원이나, 종종 ‘고생하시는 덕분에 우리가 잘 지낸다’고 고마움을 전해오는 시민들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도착한 어린이들의 감사 편지. 직원 대부분이 ‘우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의 글귀가 담긴 아이들의 편지를 각자의 자리에 붙여두고, 지칠 때마다 들여다봤다.

다행인 점은 이번 추석은 코로나 속 보냈던 지난 2번의 명절과 달리 근무 여건이 다소 개선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운영을 시작한 선별진료소 건물은 냉난방과 함께 음압 시설 등을 갖춰 내부에서 답답한 방호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최근 기간제 근로자 다수 채용으로 1달 전부터는 드디어 주 7일 근무에서 벗어나 주 6일 근무로 바뀌면서 하루는 쉴 수 있게 됐다.

귀성을 포기하고 방역 최전선을 지키는 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이번 추석이 코로나 재확산의 불씨로 작용하지 않는 것.

하 주무관은 “연휴가 길다 보니 외부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출근·등교 등 일상 복귀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 평소와 다르다면 꼭 선별진료소를 찾아 달라”고 마지막까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민족 최대명절 추석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16일 진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방역담당 의료진이 방역복과 마스크를 깊게 눌러 쓴 채 검사를 위해 찾아온 시민들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코로나 방역담당과 의료진들은 추석 연휴임에도 아랑곳 없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힘든 일정을 소화한다. 박재건 인턴기자

 
민족 최대명절 추석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16일 진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방역담당 의료진이 업무 사항을 전달 받고 있다. 추석연휴기간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힘든 일정을 소화한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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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2021-11-22 13:27:52
누구보다 고생많으신 의료진분들 감사드립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모두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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