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2021년 팔월 한가위의 단상(斷想)
[경일춘추]2021년 팔월 한가위의 단상(斷想)
  • 경남일보
  • 승인 2021.09.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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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우리의 고유 명절은 설날 한식 단오 팔월 한가위이다. 이 중에 우리들이 가장 즐기는 명절이 팔월 한가위이다.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조상님께 그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로 제사를 지낸다. 그리고 우리 민족 전통과 고유성을 살린 놀이도 한다. 음력으로 팔월 한가운데 가장 큰 날, 즉 1년 365일 중 달이 가장 크고 둥글며 풍요로움을 갖고 있는 날이다. 한가위 놀이의 강강술래는 달빛 그림자를 밟아 본 자 만이 한가위의 의미를 느낄 것이다. 유독 오늘, 지난 35년간의 팔월 한가위 단상이 달빛에 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절휴가는 시름의 출발이었다. 어머니의 음성이 깔린 도로를 아들이 또 그 아들들이 달려가 도착한 곳은 ‘시가(媤家)’이다. 종가의 셋째 며느리지만 그 자리는 늘 피곤함 그 자체였다. 제사음식의 전부를 거의 혼자서 하고 며느리 다섯 중에 체격이 제일 크다는 이유로 “○○에미야” 라고 늘 어머니는 부르신다. 명절 음식준비가 끝난 후, 아버지께서 널뛰기 하라고 구덩이를 파주시면 우리들은 널판자 위에서 치열했던 일상을 허공에 띄워보기도 했다. 그 놀이에 지치면 윷놀이로 옮긴다. ‘도, 개, 걸, 윷, 모’ 그 동안의 안부를 이렇게 징검다리로 건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때론, 왔던 길을 뒷걸음질로 양보도 했다. 그러는 동안 엎치락뒤치락 세상 이야기를 달그림자가 토닥거리며 한가위의 밤은 또 다른 치유를 위하여 기울어져 간다.

명절 휴가 마지막 날, 어머니 텃밭의 노고가 차 트렁크에 가득 채워지고 그 양만큼이나 필자의 초죽음도 함께 승차를 한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망막 속에서 미안함과 고마움들이 놀고 있다. 그보다 더 크게 망막에 담고 있는 것은 며느리간의 화목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사랑스러움’이다.

그 해, 치매로 요양시설에 계시는 어머니와 한가위를 함께 지내고 싶어 2박3일 집으로 외출을 했다. “에미야 나 안가면(요양원)안 돼” 라고 하는 한가위 아침! 그 어머니의 큰 시름이 툇마루에 걸터앉고 하얗게 흘러내리는 그 웃음이 눈부시게 서러웠다. 카랑카랑하던 눈빛이 무너지고 그늘을 비집고 나온 햇살 속에서 검은 꽃이 피었다. 그 한가위에 어머니 생은 그렇게 말라갔고, 동네한바퀴 휩쓸고 온 휠체어를 아들들은 어쩌지 못하고 영원히 놓쳐버렸다. 그런 날이 다시 올수 있을까? 그 때의 며느리 명절 증후군이 이제는 모두에게 그리운 옛 시대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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