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로운 의사의 희생…진주시 의사자 인정 직권 청구
[사설]의로운 의사의 희생…진주시 의사자 인정 직권 청구
  • 경남일보
  • 승인 2021.09.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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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운전자를 도운 뒤 자신의 차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에 참변을 당한 한 의사의 희생정신이 지역사회를 울리고 있다. 진주시는 고인에 대한 의사자(義死者)인정 여부결정을 보건복지부에 직권 청구했다.

진주시내에서 내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곤 의사(62)는 22일 정오께 진주시 정촌면 남해고속도에서 사고를 당해 병원에 후송됐으나 곧 유명을 달리했다. SUV차량의 사고를 목격한 뒤 의사로서 운전자를 구하기위해서 현장에 갔다가 후속조치 후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왔으나 또 다른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삶 자체가 헌신이었던 고인의 비보가 알려지자, 동네 병원장으로서 평소 고인이 환자나 주민들에게 뚜렷이 각인된 희생정신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0년 인연이라는 칠순의 한 조문객은 자신이 형편이 어려워 검사받을 돈이 없었을 때, 돈 걱정 말라며 치료해주셨다고 눈물 흘렸다. 함께 일한 송숙희 간호사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지 않아 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친구이자 동료인 김법환 의사는 환자를 아버님 어머님처럼 대하는, 요즘 보기 드문 진짜 의사였다며 애통해 했다. 고인은 23년간 진주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를 진료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차 안에서 점심을 빵으로 대신하며 왕진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한평생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의인은 마지막까지 남을 돕다가 생을 마감했다. 지역사회는 한국의 슈바이처,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작금(昨今), 부와 명예 권력을 쫓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 시대 영웅과의 이별을 주민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평소 심성으로 미뤄 차마 의사자란 말도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일까봐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런 와중에 진주시가 직권으로 고인에 대한 의사자 인정 청구를 보건복지부에 했다고 하니 그나마 지역민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될 것 같다. 당국은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유족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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