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휘발유보다 비싼 프랑스 생수 에비앙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휘발유보다 비싼 프랑스 생수 에비앙
  • 경남일보
  • 승인 2021.09.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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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프랑스 생수의 대표 브랜드 에비앙은 예전엔 ‘당신이 마시는 물은 당신이 마시는 공기만큼 중요하니까요’ 그 다음엔 ‘당신의 몸이 젊음의 원천이라고 선언한 물’에 이어 2009년부터는 ‘젊음을 마시자(Vivons jeun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에비앙은 프랑스 제일의 농산물가공제조사인 다논느(Danone-한국에서는 ‘다농’으로 불리고 있다)그룹의 생수부문 자회사인 SAEME에서 제조 판매하는 브랜드 명으로 세계적으로 판매량에서는 네슬레 생수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에비앙이라는 이름은 물의 원천이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하는 소도시 에비앙 레 뱅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에비앙 물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금년 3월 기준으로 1.5ℓ 한 병에 5.12달러였는데, 자동차 휘발유 가격은 금년 9월 현재 1ℓ에 0.93달러에 불과해 ℓ 당 가격으로 비교하면 에비앙 물 값이 휘발유보다 5.5배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에비앙의 가격이 중동에서만 비싼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비앙의 가격은 500ml 한 병이 편의점 기준으로 1600원에 팔리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3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5배 이상 비싼 편이다. 더군다나 한국산 생수 가격과 비교해도 5~6배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값이 비싼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리는 이유는 뭘까?

에비앙 물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일화가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18세기 말엽, 에비앙 마을의 갸브리엘 꺄›X(Gabriel Cachat)라는 사람의 정원에서 샘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샘물이 치료 성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쟝 샤를르 드 레제르(Jean Charles de Laizer)백작이 발견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을 피해 에비앙 마을에 1790년부터 1792년까지 꺄›X네 가정에 머물게 되었는데 매일 그 샘물을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수년 동안 신장결석으로 고통을 받아왔던 그가 빠르게 회복되었던 것이다. 1807년의 성분분석 결과에 따라 이 에비앙 샘물이 신장과 방광 관련 질병 치료에 적극 권장되기 시작했고, 1860년대부터 식탁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크나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꺄›X 샘은 현재 다논느 그룹의 자회사인 SAEME 소유로 돼있다.

에비앙 물은 알프스 산자락의 빙하가 녹아 생성되는 물로 만든 생수라,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경도가 낮은 국산 생수와는 맛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생수들에 비해서는 칼슘,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은 물이지만, 사실 에비앙이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칼슘, 마그네슘의 적은 함량 때문이다. 유럽지역은 토양 전체가 석회질이라 대부분의 식수에 석회질이 듬뿍 담겨있다. 유럽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수도꼭지에 뿌연 석회가루가 끼인 모습을 흔히 보았을 것이고, 가열하면 석회수 특성상 미네랄 성분이 응고돼서 석회가루가 남게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실제 유럽에서 판매되는 생수들 가운데서 에비앙보다 칼슘, 마그네슘의 함량이 적은 물은 볼빅(Volvic)을 제외하면 거의 없을 정도다. 유럽에서는 좀 더 맑고 시원한 느낌의 생수를 마시기 위해 에비앙을 구매하지만, 볼빅의 칼슘 수치가 에비앙보다는 낮지만 한국 생수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 물의 수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새삼 인식하게 되고 축복받은 땅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비앙 물은 프랑스, 영국, 스위스와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두 번째로 많이 수입되는 생수이다. 현재 에비앙의 연간 생산량은 15억 ℓ로 40%는 프랑스에서 판매되고 시장 점유율은 18%를 점하고 있다. 2009년도 다논느 그룹의 생수부문의 매출액은 총매출의 17%를 점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2018년에 에비앙의 총매출액은 16억 2558만 2200유로(2조 2563억원)이었고 3267만 7300유로의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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