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 ①위기의 원인
[아침논단]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 ①위기의 원인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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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지난 8월 26일 서울 글래드호텔에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로 ‘2021년도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이 열렸다.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최한 이 포럼은 심각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코로나19 장기화,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대학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필자가 정리한 고등교육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2회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이 현재 고등교육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대학입시에서는 벚꽃 엔딩(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지방대학의 위기는 심각하다. 문제는, 이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첫째,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이다.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인구통계분석에 따르면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3689만 명으로 지금의 71%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2021년 신생아는 24만 명을 조금 상회할 것으로 계산했다. 18년 후 대학진학률이 50% 정도라고 본다면 대학 입학생은 12만 명 정도로 예측된다. 올해 대학입학정원 49만 2000명의 1/4보다도 적다.

둘째, 지역소멸이다. 2020년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를 초과했다. 산업, 경제, 문화, 예술은 물론 인구 측면에서도 수도권이 국가 전체의 50%를 초과하는 수도권 집중화 상태다. 수도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 자체가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코로나19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코로나19 앞에서 교육 부문도 예외일 수 없다. 비대면 교육 일상화 또는 대면-비대면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교육이 주류를 이루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비대면 교육에서는 대면 교육의 장점(자기 동기 부여 교육, 문제 해결 능력, 감성교육 등)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넷째,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서 대학교육의 역할에 종말을 고하게 하고,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 가공, 저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T 기술의 중요성이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으며, 학과 구조조정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새로운 학문과 융합학문이 탄생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 전문 교육에서 융합 교육으로 이동, 대학의 대규모 구조개혁, 학문의 영역 파괴 등 혁명적인 변화가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섯째, 고등교육의 재정 문제이다. 13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투자비중은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절반 수준이다. OECD 회원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이고 사적 투자 비중은 0.4%인데 반해 한국은 각각 0.6% 대 1.0%이다. 이로 인하여 정규교과목에 대한 직접 교육비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1990년대 수준과 비슷하다. 현재 대학교육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태로운 시기이지만, 우리가 잘 대응한다면 대학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위대한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교육의 도시 진주에서 새로 탄생한 경상국립대의 위상을 제고하고 기존 고등교육 체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확립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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