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기자의 시각]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 배창일
  • 승인 2021.10.0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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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했다. 같은 해 3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에 이어, 6월에는 현대重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한다. 곧이어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뒤 같은 해 11월에는 EU에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다.

해를 넘겨 2020년 3월, 현대重이 첫 번째 인수기한 연장을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 EU는 한 달 후인 4월에 기업결합 심사 연기를 발표한다. 이후 같은 해 9월 현대重은 두 번째 인수기한 연장을 알렸다. 인수기한 연장은 올해 6월에 이어 9월에도 되풀이됐다. 2년 8개월 동안 벌써 네 번째 연장이다.

지지부진한 매각에 최근에는 졸속 논란도 더해졌다. 기획재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의 걸림돌이 될 관계법 적용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과장 전결’로 단 3시간 만에 끝낸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발표 하루 전 기재부에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산은은 질의 공문에서 “현물출자가 금융기관 고유 업무인 투자업무에 해당되는 경우, 국가계약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으나 본건 현물출자를 보유주식 처분행위인 매각계약으로 볼 경우 적용 대상이 된다”며 “명확한 서면 유권해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기재부는 “주식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고 해당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국가계약법 준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맞춤형 유권해석을 내놨다. 오후 3시 7분 의뢰 공문 접수 후 ‘과장 전결’로 회신 공문을 발송한 시간은 오후 6시 41분이었다. 중앙부처의 통상적인 법령해석 사무 처리 기간은 14일이다.

산은은 대우조선 최대주주이자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국책은행이다. 때문에 보유자산을 매각할 때는 국가계약법과 국유재산법을 준용한 내규와 ‘계약세칙’을 적용해 모두 공개경쟁입찰을 붙였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우조선 매각은 현대重과 수의계약을 고집했다. 산은이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현물출자와 관련한 국가계약법 적용 여부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도 처음이다.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뜬구름 잡기, 자화자찬 식의 K-조선 재도약 전략 발표에 앞서 민심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배창일·지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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