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징어 게임과 공정
[경일춘추]오징어 게임과 공정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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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요즘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한국, 미국, 영국 등 40여 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TV 쇼’ 1위를 차지했고 이어 글로벌 1위에도 올랐다. 줄거리는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시리즈이다. 빚에 쫓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게임에 뛰어든다. 거액의 상금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참가하지만 모두 승자가 될 순 없는 법이므로 탈락하는 이들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한국의 전통 놀이를 하면서 개인 혹은 집단 경쟁을 통해 패자를 탈락시키고 최종 1인의 승자를 가린다. 게임의 참가자들에겐 번호표가 부여된다. 자신의 얼굴에 동물 가면을 착용한 채 이 게임을 관전하는 VIP들에게 그들은 경마에서의 말들에 불과하다. 어느 번호를 가진 참가자가 우승자가 될 것인지 돈을 건 것이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과반이 동의하면 게임을 멈출 수 있으므로 공정한 경쟁임을 내세운다. 참가자들은 돈 욕심에 생명을 담보로 한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패자들의 신체에서 장기를 적출하여 파는 잔혹한 모습도 묘사된다. 영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를 소재로 삼아 흥미와 잔인함이 인기 비결이다.

오징어 게임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공정은 기회, 과정, 결과의 공정이 다 보장돼야 한다. 기회의 공정은 누구나 다 자유롭게 참가하는 것인데, 주최 측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개인의 신상을 파악하고 빚에 쪼들려 사는 비정상적인 상태의 사람들을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불공정성이 보인다. 과정의 공정은 누구나 차별 없이 경쟁을 벌이는 것인데, 게임들이 지혜나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젊은 남성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불공정성이 보인다. 결과의 공정은 지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인데, 게임에 지면 탈락, 총살을 당해 영원히 회복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불공정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해야 게임을 멈춘다는 규칙도 개인의 자유로운 탈퇴 의사를 보장하지 않아 불공정하다. 흔히 자기가 받는 보상이 많더라도 당연하게 여기고 남이 조금 더 받으면 불공정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드라마 속 최후의 승리자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456억원의 상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주인공도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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