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말이 곧 인격이다
[경일시론]말이 곧 인격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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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대선후보 예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여야 할것없이 상대후보 깎아내리기가 점입가경이다. 같은 당내에서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남의 인격은 아랑곳 없이 ‘별값이 똥값’ ‘GSGG’ ‘무식한 놈’, ‘x랄’에 꼴뚜기, 망둥어에 돼지, 소대가리 등 원색적인 비방과 성적비하, 신체적 약점을 들추기도 서슴지 않는다. 부끄러워 여기에 담지 못할 막말도 부지기수이다. 막말도 노이즈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데 힘이 된다면 누가 뭐라든 아랑곳 않는다. 우리 정치의 천격화는 이미 회자되고 있지만 대선후보들 마저 앞다퉈 나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인격살인에 가까운 막말은 독이 된다.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자신에게 되돌아 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찍이 삼국지에는 조조와 유표에게 독설을 퍼부은 예형이 조조의 변방 부하 형조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성경에서도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문제가 아니라 입으로 토해내는 온갖 탐욕과 거짓이 사람을 더럽힌다고 가르치고 있다.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말을 독설이라 한다. 말에 독이 들어있어 때로는 남의 약점을 교묘히 들추거나 자존심을 건드려 폐부를 찌르기도 한다.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과거를 들추고 가족과 사돈에 팔촌까지 입살에 올린다. 친일과 공산주의는 가장 약효(?)가 뛰어난 안주거리이다. 시중의 장삼이사도 입에 담지 않는 일들이 정치판에서는 좋은 공격거리가 된다. 주로 여의도 주변과 증권가에 나도는 찌라시가 이런 소재를 제공하고 돈벌이로 전락한 유튜브방송과 1인 방송이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를 책임없이 쏟아내 호재가 되기도 한다. 이미 흥밋거리 수준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카더라’ 방송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말로써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 지지를 받아낸다. 말은 곧 인격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살아온 궤적을 유추할 수 있고 지식의 정도와 경륜을 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제대로 갖춘 사람이 의식에도 없는 막말과 독설을 쏟아 낼 순 없다. 뱉은 말은 의식속이나 평소의 관념이 표출되는 것이다. 남을 깎아 내리는 것을 습관적으로 자행하는 사람은 분명 인격적인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 논리가 달리거나 상대방에 견줘 지지가 밀리거나 공감을 얻지 못할 때 독설과 막말로 제압하려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병(?)에 걸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폐족처럼 엎드려 있다가 지지율이 오르자 지난날을 잊은 듯 나서 정치판을 마구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제는 독설과 막말, 노이즈마케팅에 넘어갈 만큼 유권자들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막말과 독설이 많을수록 속이 빈 후보라는 것을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지금껏 속아왔고 이용당한 결과물이다. 어느 후보가 경국지책을 갖추고 국민을 받드는 지도자인지를 가늠하고 있다. 그래서 독설과 막말에 약한 후보를 유심히 관찰하고 애정을 보내는 것이다. 지난 4·17재보선이 그런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꿈과 희망을 주고 오늘 보다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후보, 갈라치기보다는 통합을 말하고 감언이설보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후보, 지역간, 세대간, 노사간, 성별간 다름을 알고 같이 가는 길을 제시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이번 대선의 당면한 과제이다. 선거는 표로서 의사를 표시하고 지난 4년간의 공과를 평가하는 수단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제도이다. 유권자들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독설가와 막말도 선거의 결과에는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독설, 막말로 일관하고 있는 후보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기본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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