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한글의 어법
[천왕봉]한글의 어법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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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옛날 국어시간에 띄워 쓰기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늘상 예시로 맞은 문구다. 엄연히 다르다. 서울시장애인후원회. 서울시 장애인 후원회. 서울시장 애인 후원회. 장애인후원회와 애인후원회라니 똑같은 글로 채워졌지만 괴이(怪異)한 차이다.

▶“그 사람은 얼마나 성실한 분인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매사에 꼼꼼하여 실수하는 일이 드물다. 부모에 효도하고 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며 친절하고 거기에 키가 훤칠하며 얼굴도 잘 생겼다. 그런데 그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고 사람을 속이는 근성이 있다” 이게 칭찬인가, 욕인가? 필요에 따라 꼬리 자르면 훌륭한 사람으로, 머리 뭉개면 사기꾼으로 인용된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서술방식이 사람마다 모두 같을 수 없다. 신빙성과 설득력을 배가시키는 방도도 다르다.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론도 같은 선상이 아니다. 결론을 우선하는 연역논법과 인과가 주축인 귀납논법으로 나뉘기도 한다. 전문을 읽고 들어야 실상이 파악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후보에 관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정책과 후보의 말이 각각 머리와 꼬리가 짤린 채 덧칠되고 가공된다. 사실과 본질을 일거에 뒤집기도, 엎기도 한다. 정치적, 후보의 이해(利害)에 따라 역사까지 비틀리고 후려쳐 친다. 그들이 써먹는 문맥과 어법을 살펴야 하는 일이 더 생겼다. 주말에 맞을 한글날을 둔 단상이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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