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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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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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디카시의 창시자 이상옥 교수의 시(2)
서울에 갔다가 오는 시외버스가 진주로 진입하기 전에 쉬는 곳은 S군 정거장이다. 이 정거장에서 내리는 승객은 최근 귀촌한 분들이 부쩍 많아 보인다. 좀 아직 산골 취향이 아닌 듯해 보이고 점잖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기사는 얼른 출발하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쓸 것 챙겨 쓰고 멜빵에 멜 것 다 챙기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아직 귀촌의 수준에 가까이 있지 않음을 느낀다. 필자는 이상옥 교수의 디카시에 대해 풀어내고 있는 중이라 “이 귀촌의 정신이 디카시다”는 생각이 얼른 들었다. 자연에 흠뻑 젖고 바쁠 것 없고 여유라는 것이 시정신에 걸맞는 것이기에 그렇다는 느낌인 것이다.

고성 하일면에 귀촌(향)의 짐을 풀었던 김열규 교수를 찾아온 유명한 K시인은 “선생님 귀향을 축하합니다”하고 축하드렸다. 퇴임후 귀촌 귀향의 전통을 아름답게 보는 것은 중국 도연명대의 그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도 그 귀촌의 결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생각을 하는 것은 김열규 교수가 고성 하일면에 침잠해 있을 때 이상옥 교수가 주관하는 디카시 고성 축제에 참가하여 축사를 한 일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평론가이자 민속학자이자 수필가였는데 아마도 지금쯤 살아 계신다면 다카시를 쓰고 이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김 교수는 수필에서 묘사력을 탁월하게 구사했는데 그런 감각이라면 충분히 디카시의 앞메기 소리를 내었을 듯 싶다.

이제 이상옥 교수의 최근 시집 ‘하늘 저울’에서 몇 편 읽어볼까 한다.

“엄마, 하면/ 상옥아, 하고/ 창가 햇살 따습게 난이 꽃대를 올리던// 영옥아, 하면/ 오빠,하고/ 환하던 치아// 그런 봄날은 가고/ 꽃잎은/ 유독 눈시울처럼 붉더라만// 전화로 딸아이가/ 아빠, 한다”(빵과 포도주)

제목 <빵과 포도주>가 의미가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자기 몸이라 하며 제자들에게 ‘빵’을 나눠 주고 자기 피라 하며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눠 준다. 빵과 포도주는 그러므로 생명이고 성체이므로 일상에서는 신비의 관계망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 ‘엄마, 하면/ 상옥아. 하고’ ‘영옥아, 하면/ 오빠, 하고’ 그 관계의 신비를 아주 간명히 표현한다. ‘난이 꽃대를 올리는 일’, ‘환하던 치아’ 이미지로 그 신비를 드러내 준다. 시가 실로 ‘신비와 생명과 나누는 피’의 형상화가 격이 있다.

다음 <자화상>을 들여다 보자.

“연구실에서 칫솔을 두고/ 가끔// 양치를 하는 밤/ 거울을 본다//얼굴이 수척하니/ 굴곡이 뚜렷하다// 요즘 하늘도 너무 깊어/ 신록도 그렇고// 입안이 환한/수도승처럼// 하얀 뼈 하나/종국엔 남아도 좋겠다” 늦게까지 연구하다가 연구실에서 양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얼굴이 수척하니 주름 잡힌다는 것이다. 나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양치를 치면서 수도승의 환한 입안을 떠올리며 하얀 뼈 하나 남겨도 좋겠다는 의연한 피력이다. 스님은 죽어서 사리를 남기는데 하얀 뼈 하나 남기는 죽음을 생각한다. 늙는다는 것, 버리고 살아가는 것, 뼈라는 남김의 한 형태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자화상이라니 안분지족의 경지가 따로 없지 않을까 한다.

<하늘 저울>의 그 저울 생각이 놀랍다.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외국어 공부라도 하는 것과// 마당에 엎드려/ 잡초를 뽑거나/ 서재 바닥 얼룩을 닦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저울질 해 본다는 것이다. 성서에 보면 마리아와 말타 이야기가 나온다. 주방에서 일하는 자매가 예수님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매를 못마땅해 하는데 예수님은 “내버려 둬라. 사람에게는 제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이니라”고 가르친다. 이 시인은 아마도 그 구절을 생각하면서 <하늘의 저울>을 붙였을 듯 싶다.

이 시집은 시인이 된지 30년에 낸 저서이다. 그의 곁에는 디카시가 있다. 그는 시에서 이미 안락한 귀촌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도연명처럼 결재서류 다 졸업하고 텃밭 밭고랑에서 잡초를 매고 있는 여유, 그 여유가 보이는 시를 쓰고 있다. 하늘의 저울을 재는 노숙이 여인의 앞고름처럼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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