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훈민정음 상주본
[천왕봉] 훈민정음 상주본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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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2008년 7월, 깜짝 놀랄 뉴스가 경북 상주에서 터졌다.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 한 권이 새로이 발견되었다는 거였다. 기존의 간송본과 구별하여 상주본이라 부른다. 현지인 배익기 씨가 집 수리를 하다 발견했다고 했다. 한글을 세계 문명사 최고의 걸작품으로 자부해온 우리로선 놀랍고도 환희로운 사건이었다. 일각에선 그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보도 직후 골동품상 조모씨가 “자기 가게에 있던 걸 훔쳐갔다”며 고소했다. 재판 결과 배씨는 옥살이를 했으나 현물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배씨가 더 꼭꼭 숨긴 거다. 소유권자로 판결 받은 조씨는 그 뒤 사망하면서 국가에 헌납한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배씨의 절도죄는 무죄 판결이 났으나 책 소유권자는 국가로 확정되었다.

▶배씨는 현재 해례본을 실효적으로 소유하고있는 셈이다. 1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발견 소식에 들뜬 이들의 ‘1조원 가치’ 운운한 것이 근거다. 제값의 1할은 받아야지 않겠냐는 것. 정부는 음성적 거래를 할 수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이런 내막 속에 상주본은 지금 썩어갈지도 모른다.

▶발견 이후 올해로 열네 번째 한글날을 맞는다. 은닉자의 터무니없는 오기로 보아 쉬 내줄 것 같지도 않다. 보상 요구액이 최근의 화천대유 투자 이익만큼이나 상식 밖이다. 합리성 없는 추정가를 내세워 우연히 입수한 행운 값으로 그 큰 돈을 달라는 건 억지다. 투자금의 천 배가 넘게 이문 챙긴 화천대유를 보는 국민 분노의 감정이 어떤 건지 배씨는 헤아려야 한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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