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22]함양 인산가와 산삼항노화엑스포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22]함양 인산가와 산삼항노화엑스포
  • 경남일보
  • 승인 2021.10.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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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학 본산 '인산가'서 휴양과 재충전
 
◇‘지리산 도사’ 인산 선생의 삶을 만나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경남 함양에는 경향 각지에서 하루 평균 150여 명의 난치병 환자들이 ‘지리산 도사’를 찾았다고 한다. 대부분 암, 백혈병, 중풍과 같은 중증질환을 앓고 있거나 그 가족들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지리산 도사’가 어떤 병이든 다 고쳐준다는 소문을 듣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열 평 남짓한 허름한 집에는 늘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처방해 준 대가로 돈을 받은 일도 없었다고 하다. 지리산 도사는 돈과 인술을 맞바꾸는 의료기술자가 아니라 저마다 딱한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살 길을 일러준 민초들의 의황, 인산 김일훈 선생이다.

함경도에서 유학자이자 의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인산 선생은 할아버지를 도와 아픈 사람의 병을 고쳐주기도 하고 독립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60년대에는 서울로 이주해 침과 쑥뜸으로 시각장애인을 눈뜨게 하고 척추장애인의 등을 펴 주기도 하는 등 신묘한 의술을 펼쳤으며, 자연물의 약성 연구와 신약(神藥) 제조에 몰두하였다. 그 결과 인산 의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저서 ‘신약(神藥)’을 저술했고, 전국순회강연 내용을 모아 엮은 <신약본초>를 저술했다. 1992년 84세를 일기로 돌아가실 때까지 민초들에게 인술을 베푸는데 혼신을 다 바쳤던 분이 인산 선생이다.

인산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죽염과 진액, 각종 장류를 제조해서 국민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인산가(회장 김윤세) 탐방을 위해 멀구슬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함양읍에 위치한 인산가에 도착하자, 인산가 일주문이 기품 있는 자태로 필자 일행을 반겼고, 일주문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인산연수원이 나타났다. 정대흥 이사께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며 직접 안내까지 해 주셨다.

 
 
◇건강과 힐링의 공간, 인산가

고품격 황토한옥과 연수시설을 갖춘 인산연수원(원장 우성숙)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휴양과 재충전, 힐링을 하게 하는 공간이다. 인산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죽염의 과학화와 천일염을 1600℃ 고온의 불에다 9회 법제를 한 죽염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위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죽염장류와 인산진액류 제조시설을 탐방할 기회도 얻었다. 고추장, 된장, 사리장 등의 장류와 유황오리, 무와 생강, 다슬기, 밭마늘, 홍화씨 등 진액을 제조하는 시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니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수십 개의 대형가마솥에 딸린 아궁이에다 소나무 장작을 때서 인산가의 비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장류와 진액류의 약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장류제조시설 옆에는 장류를 숙성시켜 저장해 놓은 항아리 수백 개가 줄을 지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은 대규모의 장독대가 있었다. 햇살을 받고 이마를 반짝이며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는 항아리들의 풍경이 정겹고 서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둥글고 따뜻한 색감의 항아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연수원 문화관, 이화관, 인산 선생 동상을 둘러본 뒤 인산가에서 조성한 숲속건강산책로를 따라 인산 선생 묘소를 찾아갔다. 잣나무숲길을 따라 7,80미터 올라가자 인산 선생의 묘소가 있었다. 민초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 주기 위해 일생을 바친 선생의 거룩한 뜻을 기리는 마음으로 참배부터 드렸다. 선생의 묘소에서 바라본 건너편 오봉산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한참동안 구름이 일었다가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묘소가 자리잡은 삼봉산의 꼭대기가 흰 구름에 덮여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구름에 가린 저 산 어디쯤에서 지리산 신선인 고운 최치원 선생과 지리산 도사인 인산 선생이 만나 바둑이나 한판 두면서 세상 한담을 나누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게 내려온 산안개구름이 두 신선에 얽힌 전설을 고이 감싸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살아생전에 남을 위해 애쓰셨던 선생은 돌아가신 뒤 명당자리에서 신선처럼 풍류를 즐기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속건강산책로는 선생의 묘소에서 삼봉산 임도 쪽으로 순환하는 1.5km 구간의 코스와 일주문 옆으로 내려가는 1.2km 구간의 코스로 조성되어 있었다. 필자 일행은 일정이 빠듯한 관계로 일주문 방향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왔다. 우거진 소나무들이 필자 일행의 걸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고, 길섶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에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올 할 정도로 아름다운 산책로였다. 탐방객들이 걷기 명상과 힐링을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인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5만여 평의 인산가 공간이 탐방객들의 건강과 힐링을 위해 활용되고 있었던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인산가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때마침 함양은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기간이라 상림공원과 엑스포 행사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꽃무릇이 상림숲길을 활짝 열어 필자 일행을 반겨 주었다. 일찍 핀 꽃은 벌써 시들고 있었지만 양쪽 길섶에 핀 꽃무릇을 바라보며 가을을 만끽하는 이 순간, 꽃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가 화보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상림숲 옆엔 천년의 정원과 상림꽃밭단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백일홍, 풍접초, 천일홍, 메리골드, 보랏빛 꽃등불을 켠 버들마편초 등의 화초들이 행사장 정문에서 후문까지 약 1km에 걸쳐 다양한 꽃들로 가을 꽃잔치를 벌여 놓고 있었다.

산삼항노화엑스포 행사장엔 힐링체험관, 약용식물관, 산삼특산물관 등을 비롯해 족욕, 칠갑상어잡기, 승마 등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항노화 산삼캐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건강과 힐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진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너머로 보이는 저녁노을이 오늘 하루 필자 일행이 누린 행복을 한 입 가득 붉게 머금고 있는 듯했다.



/박종현 시인·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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