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사람이나 단체 이름을 지을 때는 발음과 의미를 다 고려하여 부르기 좋고 들으면 잘 기억나고 아울러 뜻도 금상첨화인 것을 찾는다. 유명한 작명소에 의뢰하거나 직접 책을 보면서 공부하여 고심해서 지은 이름도 시간이 흘러 맞지 않으면 개명을 한다.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에 관련된 언론 기사가 쏟아지는 속에 천화동인과 화천대유란 흔하지 않은 회사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영어도 순수 한글도 아닌 네 글자의 한자로 구성된 사명이다.
천화동인과 화천대유의 출처는 동양 고전인 주역(周易)에 나오는 괘(卦)의 이름이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주역 13번째 괘로서 괘의 모양이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불로서 불이 땅에서 타고 올라가 하늘과 같이 한다는 뜻에서 동인이라고 한다.
천화동인과 화천대유 두 괘는 주역에서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실제 내용은 어렵고 막힌 세상에서 군자들이 협력하여 백성을 구하고 임금이 밝은 정치를 펼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 소인들이 이익을 위해 끼리끼리 뭉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천화동인 두 번째 효에 동인우종(同人于宗)하면 린(吝)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데 같은 종친이나 붕당끼리만 하면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화천대유 세 번째 효에 소인(小人)은 불극(不克)이라는 구절이 있다. 속이 좁고 간사한 사람은 능히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천화동인과 화천대유는 군자나 임금이 국가와 백성을 위하는 행위이지 일반 소인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보면 토지 개발을 둘러싸고 막대한 이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각종 로비를 해가면서 엄청난 축재를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런 와중에 마치 자기들이 군자나 임금이나 된 것처럼 거창한 회사 이름을 달고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한마디로 소인들의 놀음에 큰 간판을 단 격이다.
천화동인과 화천대유라는 회사를 통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주역의 괘를 알리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름도 그릇에 맞지 않으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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