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아빠랑 오빠 빼고 아무도 믿지 마”
[여성칼럼]“아빠랑 오빠 빼고 아무도 믿지 마”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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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젠더(gender)는 그 사회의 성문화다. 한 사회의 문화를 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말’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성적 언어를 통해 그 사회의 성문화를 볼 수 있다. 젠더폭력 예방교육에서 가장 큰 볼멘소리가 “왜 남자를 가해자 취급하세요?”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경험하기 때문이다. 직접경험도 있겠고, 여러 사건을 통한 간접경험, 일상에서 ‘그러한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앞서 짚었듯 이러한 성문화는 남성 탓이 아니다. 성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간다.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 말 “아빠랑 오빠 빼고는 아무도 믿지 마” 이 말은 누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이 말이 그 사회에 맞지 않았다면 일반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회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통용될 수 있었다.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첫째, 아빠와 오빠라는 특별한 성별을 지칭하고 있다. 즉 남성이라는 성별이다. 가정에서 힘의 중심이 아빠와 오빠라는 남성(성별)이다.

둘째, 다른 집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믿을 수 없다는 것일까? 우리 집 남성을 뺀 모든 남성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집 남자들에게 너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성적대상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셋째, 옆집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 집 남자도 다른 집 여자를 성적대상으로 여기는 종속에 불과하다. 우리 집 여자는 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여성이고, 남의 집 여자는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여성으로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남성은 모두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위험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넷째, 우리 집 여성에 대한 안전한 울타리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의 성욕 해소와 성적 쾌락을 다른 여성을 통해 해결하는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성적 도구가 필요하고 그 대상이 우리 집 여자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아빠랑 오빠 빼고는 아무도 믿지 마!” 이 말 한마디에 담겨 있는 우리 성문화는 너무나 참혹하다. ‘가정의 중심은 너’라고 규정하는 순간 ‘권력이 너에게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성별 권력은 성별 종속관계를 규정짓는다. 성별 종속관계에서 ‘권력을 가진 성’은 ‘다른 성’을 지배와 통제 속에 놓게 된다.

성별 권력화가 잔인한 이유는 모든 폭력은 권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힘의 중심이 아빠와 오빠라는 인식이 가정폭력의 원인이 된다. 여성은 성적 대상화라는 인식이 성폭력과 성희롱의 원인이 된다. 이런 폭력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바로 ‘딸 같아서 동생 같아서’라는 말이다. 그리고 여성은 두 종류의 여성이 있는데 ‘보호받아야 될 여성과 보호받지 않아도 될 여성이 있다.’는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성매매의 원인이 된다.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말 한마디가 이토록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성적 언어가 우리 성문화를 반영하고 또 앞으로의 성문화를 만든다. 성평등은 젠더폭력의 근절에서 출발하고, 젠더폭력 근절은 성차별 해소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언어, 관행에서 성차별 요소는 없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각이 성인지 관점이고, 성차별 요소는 없는지 불편함은 없는지 발견하는 민감성과 노력이 그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다. 이것이 생활 속 성평등 실천이다.

정윤정(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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