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의 사랑! 목아(木芽)
[경일춘추]나의 사랑! 목아(木芽)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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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가치의 존중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또한 국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며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 할 기회가 보장된다. 장애인 복지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장애인 분류 중에 중증 장애란 일상과 사회생활이 매우 불편할 정도의 장애를 말한다.

지난 10월 발표된 내용에 중증 장애인 중에 99.8% 상당수가 활동지원가를 구하지 못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점에 해당되는 중증 장애인을 두 명이나 자식을 둔 엄마의 삶을 여기 초대 하고 싶다.

어느 청소년이 오토바이로 세상에 덤벼 질주하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이틀 동안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생명회복 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받고 그 생명체를 밀쳐놓았다. 그러기를 몇 시간 그 생명체는 꼬물꼬물 움직이며 엄마를 불렀다. 그런 아들을 하염없이 품고 있다가 6개월 만에 생명체! 그 자체만을 다시 얻었다. 그리고 또 6개월 후 뇌병변이라는 영구 중증장애판정을 받았다. 주변에서 시설에 의탁하라는 제안도 못 들은 척, 오로지 당신의 90도 꺾어진 허리만큼 자식에게 몸을 낮추어 세상 비바람의 방패가 됐다. 그런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유 없는 정이 들어가는 일상들이었다. 그 21년 동안 협곡에 부딪힌 물이 모여 강으로 흐르고 그 속 깊은 강물은 노래를 만들며 윤슬을 품게 됐다. 그리고 지난 어두웠던 시간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드는지 팔순이 다 된 그 엄마는 깨달아 가고 있었다.

2018년 집안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던 또 다른 아들마저 시신경 위축으로 영구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21년 세월을 중증장애인으로 한 아들을 품고 살았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남은 꽃눈마저 영원히 닫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엄마는 운명을 비켜가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아들, 이 두 목아의 잎을 짙푸른 숲으로, 산으로 만든다는 메아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그 엄마는 두 협곡에 있는 목아와 함께 한잔 시름을 타서 살아갈 이유를 삼고 우뚝 선 나무의 우듬지를 꿈꾸고 있다. 오늘, 그 세 그루의 나무에 가을 석양은 뜨겁지 않지만 산그늘 속에서 다시 움트고 있다.

비장애인의 부모가 아동학대, 살해 유기까지 몰고 가는 이 시대에 그런 부모들 앞에 이 얼마나 그늘이 너른 느티나무인가! 이 느티나무 그늘은 받고 있는 두 아들은 영원한 나의 사랑이며 결코 중증장애인만은 않는 일상이리라.

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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