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장동 사태와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의 민낯
[경일시론]대장동 사태와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의 민낯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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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요즘 우리나라는 충격, 분노, 박탈감, 허탈감, 자괴감 등이 혼재하는 카오스 상태다. 넷플리스에서 제공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부동산 비리 의혹 대장동 사태에 의해서다. 두 사례는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폐해인 무한경쟁, 차별, 불평등, 불공정의 극단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폐해의 끝에 있는 우리나라를 드라마에서, 현실에서 동시에 경고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단지 드라마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일 뿐이라고 간과할 일이 아니다. 대장동 사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대장동 사태가 일어났듯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어디선가 오징어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오징어 게임은 인생 탈락자·낙오자들이 목숨까지 걸면서 벌이는 최하류층들의 처절한 게임이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을 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성기훈. 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 브로커에게 사기당해 돈을 모두 잃은 강새벽. 카지노에서 조직의 돈까지 모두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된 장덕수. 돈을 벌기 위해 가리는 것 없이 했지만, 꿈을 이루기는커녕 몸과 마음을 혹사당하고 상처투성이가 된 한미녀와 알리 압둘. 자의든, 타의든 삶의 벼랑 끝에 선 인생 실패자들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돼 456억원을 거며 쥐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현실에서도 기훈·상우·덕수·미녀·알리 처럼 삶의 끈을 놓은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이들은 오징어 게임이 있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참가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대장동 사태 역시 정치권력과 법조카르텔, 파렴치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서로 결합해 자기들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벌인 노블레스(noblesse·귀족층)들의 게임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는 천문학적인 돈잔치를 벌인 것 보다 국민이 더 분노케 하는 것은 특권을 이용한 반칙이다. 기회는 노블레스들에게만 부여됐다. 그 과정도 권력으로 법과 도덕을 무력화시킨 반칙이었다. 이에 따른 결과도 불공정했다. 대장동 게임에는 귀족층만 참가할 수 있었고, 특권으로 비리와 편법, 불법을 동원했다. 기회와 과정 자체가 불평등, 불공정했던 것이다. 더 심했던 것은 대장동 게임 참가자 중 탈락자 마저도 노블레스라는 이유로 온갖 특혜가 주어졌다. 대장동 게임은 승자에게도, 탈락자에게도 상상할 수도 없는 특혜가 주어졌다. 6년만 근무하고 탈락한 직원은 오징어 게임이었다면 죽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름만 올린 법조인들에게는 매달 기천만원이 전달됐다. 3억5000만원을 출자한 민간사업자에게는 4000억원이 넘는 이익금이 배당됐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끝판이었다. 대장동 게임은 노블레스 탐욕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 대장동 게임에서의 참가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오블리주(oblige, 도덕적 의무·배려)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는 탈락하면 죽어야 했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비열해져야 했다. 패자가 부활할 수 없는 극단적 게임이다. 반면 노블레스층이 참가했던 대장동 게임은 참가자 모두가 승자인 게임이다. 탈락자도 오징어 게임의 최후의 승자에 버금가는 혜택에 주어진 게임이었다. 오징어 게임은 최하류층의 무모한 선택이라고, 대장동 게임은 노블레스층 일부가 저지른 일탈일 뿐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 대장동 게임이나 오징어 게임은 무한경쟁과, 특권과, 반칙과, 불평등과, 불공정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기 때문이다.

 
정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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