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버지가 읽어주는 슬픈 동화
[경일춘추]아버지가 읽어주는 슬픈 동화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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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석 (경상남도 서부민원과장)
 



어느 조그만 마을의 바닷가, 3명의 아들을 둔 아버지는 염전을 생업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염전 일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쉬지 않고 소금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소금은 갈수록 잘 팔렸지만 집안이 먹고 살만해지니 아내와 자식은 갈수록 염전 일에 무관심해집니다. 큰아들은 외국에서 결혼을 하고 돌아오지 않고, 막내아들은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이 염전 일을 가끔씩 도와주지만 염전 일이 힘들다며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아버지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염전 일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거래처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아버지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열심히 염전 일을 해야 만이 아내와 자식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6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오랜 노동으로 허리가 아프고 갈수록 온몸이 쇠약해집니다.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지만 몸이 아프다는 말도 입에서 꺼내지 못합니다. 아내와 자식들은 아버지가 결코 쓰러지지 않는 초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은 외국에서 살기 어렵다고 자꾸 돈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둘째 아들이 말합니다, “나는 염전에서 일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멋진 화가가 될 겁니다” 셋째 아들이 말합니다. “아버지는 바보예요. 왜 그렇게 일하세요. 일이 힘들면 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대책 없이 남의 집 일처럼 말하지만 염전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현실이 슬픕니다. 오랜 노동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파 그리 오래 일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염전 일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외국의 큰아들은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둘째는 자기 방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습니다. 막내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은 영원히 염전의 물레가 돌아 자기들은 걱정 없이 살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염전의 물레는 아직까지 돌고 있지만 염전을 지켜 줄 자식은 없습니다. 아버지는 속만 타들어 갑니다. 아버지는 오늘도 힘들게 돌리고 있는 염전의 물레는 곧 멈추게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오늘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이를 악물며 염전의 물레를 돌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 염전의 물레를 돌릴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하니까요. 어느 자식이 이 현실을 빨리 깨닫고 돌아와서 대책을 세우거나 새롭게 시작해야할 시기입니다. 우리의 삶은 계속돼야하기 때문입니다.

김대석 경상남도 서부민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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