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2차 이전, 정치적 이용 안돼
[사설]공공기관 2차 이전, 정치적 이용 안돼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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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먹은 벙어리요, 침 먹은 지네라’라는 속담이 있다.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발표하지 못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놓고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가 딱 그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들은 지난 14일 세종 정부종합청사에서 초광역 협력 정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어떤 식이라도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 “올 가을 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어느 정도 큰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2차 이전대상 공공기관이 150개 가량 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추진안은 이미 제출한 상태이고, 청와대 최종결정만 남았다”고 했었다. 결국 모든 절차는 완료됐고, 발표만 남겨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지방에서는 이날 회의에 기대치가 높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장 실행 가능한 의제는 아예 빼 놓고, 실행이 불투명한 메가시티와 초광역협력의 청사진만 제시했다는 것은 공공기관 이전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수도권 주민과 이전 대상 공공기관 노조의 반대, 유치기관에 따른 지자체 간 갈등 등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차에 이전했던 공공기관에 비해 2차에 이전하는 기관은 그 규모가 크게 작은데다, 인원마저도 적다. 현 정부가 우려하는 후폭풍은 기우일 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했다는 것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또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해도 너무들 한다’는 불만을 넘어 분노 마저 치민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용되는 희생물이 아니다. 이젠 지방이 실력행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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