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우리는 프레임과 전쟁 중이다
[경일포럼]우리는 프레임과 전쟁 중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9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는 대장동 사건과 대통령 선거로 대자(大字)와 전쟁 중이다. 대장동이 상상할 수 없는 치부의 난이라면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선거 전쟁이다.

내년 3월 9일에 치를 제20대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당에서는 이미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었고 야당에서는 아직 후보를 고르는 중이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한다. 그래서 선거전(選擧戰)이라 한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압도할 강력한 전력과 뛰어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선거전은 전력과 전략을 말을 무기로 싸우는 전쟁이다. 그래서 말이란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거전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선거나 정치나 이념에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말 무기로 ‘프레임’이라는 것이 있다. 프레임을 우리말로 뒤친다면 아마 ‘틀’이라 할 수 있고, 프레임 전쟁은 ‘틀 씌우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임(frame)은 창문의 틀과 같은 뜻넓이를 가진 말이다. 우리가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정경은 창문 틀 속에 있는 정경뿐이다. 틀 밖에 있는 정경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인간이 가진 이념과 생각의 틀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생각의 틀에 갇혀 그 밖의 이념이나 생각은 쉽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념의 틀 속에 상대가 들어오기를 바라고 또 강요하기도 한다. 아니면 그러한 틀을 자기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프레임 이론의 대가인 버클리대 언어학과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1941~) 교수는 세상을 ‘프레임’으로 보면서 미국의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대립을 ‘프레임 전쟁’으로 설명하고 있다. 레이코프의 ‘코끼리를 말하지 마’란 저서에서 보수인 미국 공화당이 프레임 전략으로 진보인 민주당을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코끼리를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코끼리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는 심리적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선거전도 이와 마찬가지다. 상대 후보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를 야당에서는 이재명게이트라 하고, 여당에서는 국힘게이트라 한다. OOO는 범죄공동체라고 하고, OOO는 도둑이 포도대장이 되었다고 한다. OOO는 조국홍이라 하고 OOO는 배신자라 한다. 이 모든 말들이 바로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은유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강열하다. 그래서 ‘OOO은 OOO이다’의 말꼴을 횔용한다. 그리고 프레임은 상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어떤 사람이 ‘OOO이/는 무엇이다. 어떻게 됐다’ 하더라고 하는 프레임으로 씌우면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남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자기 프레임에 오류나 문제가 생기면 문제 해결하는 전략이 있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무조건 자기의 문제를 덮고 부정하는 전략이다. 그 다음으로 변명을 하고. 그 다음으로 다른 프레임으로 상대를 덧씌우기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모순을 숨기면서 부정적 관심을 흐리게 하고 다른 쪽으로 프레임을 돌리게 한다. 이것을 ‘프레임 덧씌우기 전략’ 또는 ‘프레임 덮어씌우기 전략’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여와 야 그리고 대통령 후보들이 프레임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피 터지는 전쟁이니 품위도 없고 절제도, 예의도 없다. 교묘하게 진실을 위장한 거짓 프레임들도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한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미래와 우리의 생존과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