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말의 품격
[교단에서] 말의 품격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9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청소년들의 오염된 언어 습관이 도를 넘었다. 학교에서나 길을 가다가, 또는 버스 속에서 청소년들의 대화를 들으면 한 문장에 비속어가 꼭 들어있다. ‘식빵 GSGG’같이 문장 전체가 그런 것도 있다. 몇 년 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교생활에서의 욕설 사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초·중·고생 1260명 중 욕설을 안 쓴다는 응답은 전체 5.4%(68명)에 불과 했지만 근자엔 더 줄었을 것이다.

언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회적인 소산으로서 언어를 소유함으로 사상을 정확하면서도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 575년 전 세종께서 창제한 우리글 한글은 오래 전에 과학성이 입증되었고, 우리말 또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어떤 언어보다 탁월하다. 여기에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 のり子)는 ‘지구상에서 모국어의 날을 만들어 기념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면서 부러워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런 의미에서 비속어 남용은 우리 스스로 우리글과 말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 이유는 그들만의 친밀한 동질 문화를 형성하면서 개인의 내제된 분노의 표출, 상대를 제압하고 상처주기 위함이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의미도 모르고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성세대의 책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적불명의 긴 아파트 이름부터 SNS에서의 비속어 사용엔 어른들이 앞장서고, 공적 정당의 당명을 ‘더불어 미친당’이라거나 ‘국민의 짐’당이라 조롱하는 행위들은 일상화 된지 오래며, 정치권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의 상스런 언어표현도 청소년을 탓하기가 부끄럽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비속어의 정확한 뜻을 알게 하여 사용을 줄이도록 교육하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언어순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의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전통사회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떠나서라도, ‘언어는 존재의 집’이니 구사하는 언어는 그 사람을 품격을 대변하기에 ‘어른의 품격’을 갖추는 것에 정중한 언어적 표현에 우선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