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알아야 할 일
[경일포럼]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알아야 할 일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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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지난 4일 임시국회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되었다. 먼저 취임을 축하한다. 그런데 그는 4년 7개월간 아베 정부의 외무상을 지낼 때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 8일 중의원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 하면서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그간의 일관된 입장을 강조했다. ‘일관된 입장’이 아니라 이제 총리가 된 기시다는 협박으로 이루어졌던 을사늑약과 동의 없는 위안부 합의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토 히로부미는 하야시 곤스케 공사와 하세가와 요시미치 한국주차군사령관 등과 함께 1905년 11월 9일부터 17일까지 을사늑약을 체결하기 위해 조선 대신들을 회유, 협박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토가 9일, 고종을 알현하고 대일본국 황제의 친서를 전달하였으며, 15일 다시 고종을 알현하고 이미 만들어온 조약문건을 내놓으며 “만일 거부하실 경우에는 제국정부로서는 이미 결심한 바가 있으므로 그 결과가 어찌될 것인지도 생각하셔야 합니다”라고 협박·강요하였다.

총칼을 든 강도짓은 어전회의에서도 있었다. 11월 17일 아침이었다. 하야시는 오전부터 서울 남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 잡은 공사관으로 정부 대신들을 불러서 예비교섭을 하면서 찬성을 강요하였으나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경운궁으로 갔다. 공사관에서 궁궐로 가는 도중에 대신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경찰헌병이 감시하였다. 오후 3시부터 열린 어전회의에서는 이날 처리하자는 일본의 요구를 거부키로 했다. 어전회의가 열리는 경운궁은 중무장한 일본군 보병 1개 대대와 포병중대, 기병연대가 완전 포위하고 있었다. 이토는 결정을 연기하기로 하고 퇴궐하는 대신들을 붙잡아 어전회의 재개를 강요했다. 수옥헌을 빠져나가려던 대신들을 무장한 일본 경찰헌병들이 막아서면서 회의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저녁 8시경이었다. 어전회의가 다시 열리는 회의장에 총검의 호위를 받는 이토와 하야시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들어왔다. 역사학자 김삼웅은 그야말로 폭도들이라고 하였다.

끝까지 반대하다 실신한 참정대신 한규설에게 찬물을 끼얹으면서까지 회의는 진행되었다. 이토는 8명의 대신 중 이른바 ‘을사5적’의 찬성을 근거로 과반수가 넘었기에 양국의 합의로 조약이 성립되었다면서, 양국 대표로서 외부대신 박제순과 주한 일본공사 하야시로 하여금 합의 문서를 만들게 했다. 만민공론에 붙여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다가 이토를 만난 한규설은 18일 새벽 2시까지 수옥헌의 마루방에 감금당했다. 외부대신 박제순이 문서에 도장을 찍어준 뒤에야 풀려났다. 고종의 윤허도 받지 않았다. 이 늑약에 대해 고종은 즉각적으로 무효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의병봉기가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순국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임시정부는 1919년 임시의정원 제31회 정기의회에서 이날을 순국선열 추념일로 정했으며 매년 정화수를 떠놓고, 선열을 추념하고 찬밥을 먹으면서 국권 회복을 다짐했다.

기시다 신임 총리에게 110여 년 전의 이야기를 해드리는 이유는 진정한 상호 합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일부의 친일파를 빌미로 정당하다고 우기지 않기를 바란다. 1905년의 을사늑약은 협박·강압에 의해 진행되었고, 2015년의 위안부 문제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었다. 둘 다 진정한 합의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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