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에 만난 이색 이력 진주경찰서 박명숙 경장
경찰의 날에 만난 이색 이력 진주경찰서 박명숙 경장
  • 백지영
  • 승인 2021.10.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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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꼼짝마” 국대 출신 형사가 잡는다
지난 2018년 1월 진주경찰서 형사과에 마른 체격의 초보 경찰 1명이 들어섰다. ‘무도 경력채용’으로 임용돼 지구대 근무를 거친 뒤 이날부터 5년간 강력범들을 잡는 형사과 근무를 명받은 박명숙(34) 경장(당시 순경)이다.

무도 경력채용(이하 무도경채)은 태권도·유도·검도 등 우수한 무도인을 경찰로 선발하는 제도다. 전국 채용 인원이 매년 두 자릿수에 그치는 만큼, 현재 경남 전체에 배치된 인력도 10명에 불과하다.

박명숙 경장은 고등학생 시절인 17세 때 최연소 태권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청소년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 동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는 등 화려한 기록을 세운 프로 태권도 선수였다.

수원시청·성주군청 등 지자체 소속 선수로 활약하며 자신의 체급에서 실업팀 랭킹(순위)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를 하기 시작하는 20대 중후반에 접어들며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박 경장은 “랭킹이 높았던 만큼 조금 더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방안 등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도중 경찰 무도 경채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간 몸담았던 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데다 활발한 자신의 성격에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은퇴를 결정했다.

태권도 기준 25명 모집에 남녀 구분 없이 1000명 이상 몰렸던 당시 무도 경채에서 합격한 그는 희망 근무지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경남을 지원했다. 중학생 때부터 합숙 등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만큼, 어머니가 계신 경남으로 와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렇게 진주경찰서로 배치된 박 경장에게는 ‘진주경찰서 최초 무도 경채’, ‘유일한 여자 형사’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왔다.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범인을 검거 시 느끼는 자부심과 소속감이 모든 걸 잊게 했다.

형사과 내에서도 사무실에서만 근무하거나 야간 당직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맡을 기회도 있었지만 ‘강하게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외근 형사 근무를 자처했다.

어느덧 4년 차 형사가 된 박 경장은 “경미한 범죄든 강력한 범죄든 저 스스로 수사해 범인을 특정하고 검거할 때 오는 뿌듯함이 있다”고 귀띔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얼마 전 강도상해 피의자를 검거했던 때다. 휴대전화 사용이나 카드 결제를 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전국을 도망 다녔던 만큼 단서가 적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그는 “야간당직·비번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팀 전체가 천안·부산·대전 등을 돌며 차량 잠복하고 CCTV 수백 대를 분석한 결과 한 여인숙에 은신한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속한 팀이 올해 2분기 전국 단위 불전함 털이범 검거 등 굵직한 공을 세우면서 박 경장은 지난 8월 경찰청장 명의의 표창을 받았다.

박 경장은 “모든 팀원이 고생한 것을 대신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차량 잠복근무 등도 사실은 남녀가 함께 임하다 보면 각자 불편한 부분이 생기는데 팀원들이 많이 배려해줘 항상 감사하다”고 했다.

잦은 잠복과 타지 출장에도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남편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 경찰로서 목표를 묻자 그는 “형사 업무는 조금 배웠다고 통달하는 게 아니라 배움에 끝이 없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무도 경채로 들어온 만큼 베테랑 형사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배워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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