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기름의 과학
[과학칼럼]기름의 과학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1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음식에 맛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음식에 풍미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름에서 갓 건져낸 바삭한 튀김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튀김을 맛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기름이다.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기름은 채소나 해산물 같은 다양한 식재료와 어우러져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기름은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음식 표면에 드러나 음식을 코팅하고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음식 표면의 수분을 제거해 식감을 살려주고, 200도 정도에서 음식을 빠르게 조리해 바삭한 질감과 풍부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음식물 조리시의 가장 이상적인 기름의 온도는 180도 내외로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타게되고 내려가면 눅눅한 튀김이 된다. 맛있는 튀김을 만들려면 기름의 온도를 180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기름마다 발연점과 향미가 다르다. 나물 무침이나 샐러드 드레싱을 할 때는 올리브유와 참기름, 들기름과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여 음식물의 풍미를 높여준다. 이런 기름들은 발연점이 낮은 편으로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게 되면 벤조피렌 같은 유해성분이 생성되므로 기름을 가열하는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는 발연점이 높은 대두유, 현미유, 옥수수유, 카놀라유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름이라면 실온에서 액체인 지질을 말하고, 지방은 실온에서 고체인 지질을 지칭한다. 지방산은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으로 나뉘는데, 버터와 같은 동물성 지방은 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상온에서 고체 상태이고, 견과류, 기름과 같은 식물성 지방은 짧은 불포화 지방산 사슬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다.

지질(지방과 기름)은 지방족 사슬에서 탄소 원자의 개수 및 결합에 따라 분류한다. 포화 지방은 사슬의 탄소 원자들 사이에 이중 결합이 없고, 불포화 지방은 사슬의 탄소 원자들 사이에 한 개 이상의 이중 결합을 가지고 있다. 포화 지방은 촘촘하게 밀집된 배열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고체화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실온에서 고체이다. 동물성 지방인 탤로와 라드는 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고체이고, 올리브유와 아마인유과 같은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되어 있으므로 액체이다.

지방은 인지질, 콜레스테롤과 함께 지질의 종류 중 하나이다. 지방은 트라이글리세라이드인 지방산과 글리세롤의 유도체이다. 지방산 사슬은 지방산의 카복실기 말단과 글리세롤의 하이드록실기의 반응에 의해 글리세롤의 3개의 하이드록실기에 각각 결합하여 트라이글리세라이드 분자 당 3개의 지방산 사슬을 갖는다. 사슬의 카보닐기가 아닌 쪽의 말단을 기준으로 명명하므로 오메가 말단 또는 n-말단이라고 한다. α-리놀렌산은 오메가 말단으로부터 세 번째 탄소가 사슬의 첫 번째 이중 결합에 관여하는 탄소이기 때문에 오메가-3 지방산이라고 한다.

불포화 지방은 자연에서 흔한 시스 지방과 자연에서 드문 트랜스 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불포화 지방은 촉매에 의해 이중 결합을 끊으면서 수소와 반응하여 포화 지방으로 변화될 수 있는데 이 반응을 수소화라고 한다. 여러 개의 이중 결합을 가지고 있는 다불포화 지방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산패되기 쉽다. 쇼트닝은 식물성 기름인 액체 시스-불포화 지방을 수소화하여 30~40도에서 녹고, 보관이 용이한 물리적 특성을 갖도록 만든 포화지방이다. 트랜스 지방은 수소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부반응에 의해 부산물로 생성된다. 트랜스 지방은 패스트푸드, 도넛, 과자 등 가공식품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식품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비만이 될 수도 있고 만성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지질의 한 종류인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이나 동맥 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뇌와 신경세포의 구성 성분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한 피부와 털을 유지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신체 기관을 보호하며, 체온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지방은 많은 질병에 대한 유용한 완충제 역할을 하므로 적절한 양은 꼭 섭취하여야 한다.

지방은 비교적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영양분으로 적은 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우리 몸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우리 조상이었던 원시 인류는 지방을 섭취한 덕분에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었기에 우리 DNA에는 지방을 선호하는 본능이 새겨졌을 것이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