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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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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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시 동인지 ‘시향’ 15집 후끈한 바람 일다(1)
‘시향’ 시 동인지 15집이 근자에 출간되어 필자의 책상 주변에 맴돌고 있다. 맴돈다는 것은 의식 곁에 와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고한 하연승 선배와 홍진기, 이처기, 이월춘, 강윤수, 공영해, 윤재필 등 이름들이 필자의 곁에 와서 무슨 소리인지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 창원의 동인지가 15집이라니 창원의 외연도 그만큼 넓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15집 제호를 ‘시집 보내지 않겠습니다’라 했는데 다소 충격을 주는 제호로 필자를 사로잡았다. 하도 최근의 한국문단 상황이 자비출판 홍수시대를 이루고 있으니, “일단 자제하겠다, 근신하는 마음으로 책을 내겠다”는 역설과 다짐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읽혔다. 그래도 동인지는 여전히 시를 줄기차게 편집해 놓고 있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시 제목에서 이색적인 제목이 떠올라 혼자 빙그레 웃음짓게 되었다. 이형기의 시에 ‘시를 쓰지 못하는 시인’이 있고, 정공채의 시집에 ‘정공채 시집 있습니까’가 있다. 이형기와 정공채는 진주농업학교 출신으로 아나키즘 시인 이경순과 발자크라 일컬었던 소설가 이병주의 제자였다.

첫장에 초대시인 오하룡의 신작시 5편이 실려 있다. 시 ‘진땀’은 체험시로서 자기 풍자에 속한 시다. 누구나 읽고 아, 나도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고 고개 끄덕거릴 그런 시다.

“어둡고 삭막한 길을 걸어왔다/ 먼 길을 걷고도 아는 길을 걸은 척했다/ 멀리 두르고 둘렀는 데도/ 지름길로 온 척했다/ 손해를 보고도 오히려 이득을 본 척했다/ 마음에 없으면서 있는 척 다소곳이/ 예라고 대답한 적 있다 아니 많다/ 그 말로 내가 아닌 내가 되게 했다/ 지금도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생각하면 진땀 난다”

시는 자기 모순에 빠지지만 이웃과의 평화나 관계에 있어 조화를 이루기 위해 겸손으로, 자기 축소로 자기를 드러내는 그런 아량이 눈물겹도록 잘 드나고 있다. 이런 화자와 다투는 사람 있을까? 김수영의 ‘풀’이 떠오른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구절이 이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다음에는 출향 문인 명예회원 코너를 들어가 보자. 조영서, 이상개, 이춘하 시인이 등장한다. 필자는 이춘하 시인은 잘 모르지만 조영서와 이상개 시인은 정겨운 거리감의 시인이다.

조영서의 ‘뮈조성’은 시에서 라이너 마리아 렐케에 관해 쓰고 있다.

“제네바 호반 발몽 요양소/ 장미꽃 한 송이도 영 마다한/ 의사를 거절한/ “나는 나의 죽음을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한/ 그는 천사인가/ 1926년 12월 29일/ 눈송이가 하나 하늘을 높이 흩날렸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산모에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혼자 올라가고 있었다/ 뒷모습이 한국의 김춘수 시인이다/ 발자국 소리 조심 조심 하이얗게 눈이 부셨다”

조영서 시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와 유사한 감각적인 시를 쓰는 50년대 시인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죽음과 고집을 쓰고 있는데 릴케와 김춘수 시인을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김춘수가 한때 릴케의 시에 뒤따라가는 때가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조영서는 1932년 창원 소답동에서 태어났다. 이원수가 살았던 동네가 소답동이다. 1957년 문학예술 문예지로 등단한 시인으로 이미지스트 박남수의 추천을 받았다. 1963년에는 박성룡, 박재삼 등과 60년대 사화집 동인으로 활동했는데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대한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언론인이었다.

창원 출신으로는 예술파로서 드문 시인이었다.

이상개는 ‘솔밭’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송진내를 팍 팍 뿌려대는 솔밭// 햇살도 푸르게 물이 든다/ 상처를 핥아주는 간지러운 입김은/ 바람결에 실린 햇살 마음일까/ 풀고 풀리면서 물이 들지만/ 솔방울 터지는 소리 건넛산에/ 송진내와 합석하는 사이/ 이승의 상처를 핥아주던 햇살 마음은/ 송진내와 햇살 바람과 / 푸른 춤을 추는 솔밭을 가꾸었다// 송진내를 팍 팍 뿌려대는 솔밭” 송진이 상처를 치유시키는 점에 유의한 시다. 토속과 산야의 푸른 물결과 송진냄새가 진동하는 솔밭의 정서가 시의 흐름이다.

이상개 시인은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고 부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제60회 부산시문화상을 받았다. 오하룡 시인과는 죽마고우처럼 지내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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