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일 때는 함께 출렁이고
잔잔할 때는 같이 잔잔한
그 깊은 사이에
우리는 닻을 내린다
-권덕하 시인의 ‘깊은 사이1’
‘사이’에는 천차만별이 존재하지만 끝내는 천지인의 품 안이다. 천간 지간 인간,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 하늘의 일이요, 땅의 일이며,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시간과 생성의 변화를 겪으며, 우연과 필연 덧없음의 허망 앞에서 생애 몇 번쯤은 좌절하기도 한다. 존재한다는 것이 그렇다.
‘그 깊은 사이’란 그런 것들을 지나온, 딛고 일어선 후인 지금이라야 형성된다. 시인의 의식에 있는 ‘출렁’과 ‘잔잔’이라는 파편들은 진행형으로 현재이다. 긍정의 시간 감각이다. 저 배와 배 사이의 공간과 시간을 닻이 단단히 붙들어 매고 있는 한, ‘우리’가 될 수 있다.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말할 것 없이 깊은 사이란 얼마나 복된 사이인가.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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