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섬, 푸른보석을 찾아서(5) 수우도
경남의 섬, 푸른보석을 찾아서(5) 수우도
  • 이웅재
  • 승인 2021.10.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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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바라보며 물멍하세요
사량도 명성에 가려 덜 알려진
자연이 빚은 기암괴석 전시관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수우도 전경
◇개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수우도는 면적 1284㎢, 해안선 길이 7㎞의 작은섬으로 최고봉은 은박산(196m)이다. 사량도 상도에서 서쪽으로 3㎞ 지점에 위치한 수우도는 통영시에 속하는 여러 섬들 가운데 가장 서쪽 해상에 위치한다.

수우도는 해발 200여 미터 정도의 산봉우리 2개가 하나로 합쳐져 있다. 이곳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 고씨 성을 가진 장군이 피난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 앞 바다에서 홍합 양식을 조금씩 한다. 인구는 25가구 3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처럼 생긴 지형과 동백 등 나무가 많아 수우도(樹牛島)라 부른다. 수우도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사량도 그늘에 가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금강봉과 고래바위, 신선대, 해골바위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기암괴석을 찾는 산꾼들의 발걸음이 빈번해지고 있다. 삼천포항 부두 선착장에서 일신호가 오전 6시와 오후 2시30분 2회 운항한다.

 
금강봉에서 바라본 은박산 풍경.
◇기암괴석의 섬 수우도

수우도에는 섬 수호신 수운장군의 설화가 전해져 온다. 수우마을복합휴양센터 옆 수백년된 느티나무가 수운장군 사당을 감싸 안고 있다. 섬 주민들은 매년 음력 10월이면 장군 사당에 모여 지극한 정성으로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수우도는 기암괴석의 전시관에 다름없는 섬이다. 몽돌해변과 필설로 형용이 어려운 해골바위, 전국 최대 암벽 등반지 신선대, 금강산에 비견되는 볼거리 넘쳐나는 금강봉, 우리나라 지도를 연상케 하는 해골바위 사이 해역, 보는 순간 ‘고래’란 지명이 절로 떠오르는 고래바위 등 비와 바람과 시간이 빚은 천혜의 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수우도 절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은박산 등선에서 신선대와 고래바위, 해골바위를 오가며 즐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고로움 쯤은 절경에서 비롯되는 눈 호강에 비길 바 아니다.

마을에서 고래바위, 신선대, 해골바위, 금강봉(135m), 높은재(189m), 은박산(196m) 선착장까지 돌아오는 코스로 산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는 약 6.5㎞ 정도이다.

 
고래바위에서 바라본 매바위
◇금강산보다 절경인 금강봉의 조망권

금강봉은 봉우리 일대가 금강산을 닮았다고 하여 백두봉이라고도 일컫는다. 금강봉에서 바라보는 매바위(딴독섬)는 꼬리와 날개를 펼치고 사냥하기 위해 활공하는 매의 모습과 유사하다. 날카로운 부리가 매바위라는 명칭을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금강봉에서 바라보는 고래바위는 신선대에서 본 모습과는 또 다른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곳에 올라 바다와 하늘을 관망하면 천하제일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 능선의 암봉과 고래바위, 신선대, 매바위, 해골바위 등의 기암괴석들, 한려수도의 바다와 섬들, 눈 부신 윤슬, 금강봉은 속해 있는 암봉들만으로도 절경이다. 운 좋은 날이면 신선대 아래 바위돌 된비알에서 이 지역의 특산품 흑염소들이 노니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필설로 형용이 불가능한 기기묘묘한 괴석 해골바위.
◇해골바위

해골바위로 가는 길에 바다를 내려다보면 해골바위 사이의 해역이 한반도 지형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해골바위로 가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지는 않다. 다만 우뚝 솟은 소나무 사이에서 유독 누워서 자라는 한 소나무가 등산객들이 헷갈릴 수도 있는 해골바위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동백과 서어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비스듬히 깎아지른 암벽길이 나온다.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은 최근 사고가 나 줄을 잡고 내려가도록 동앗줄이 설치돼 있다. 골 사이에는 동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해골바위 왼편으로는 동앗줄 같은 넝쿨식물이 암벽을 얽어매고 있다. 곡예하듯 산행해 마주한 해골바위는 장관(壯觀) 그 자체다. 해독불가 상형문자를 새겨놓은 것 같은 해골바위는 형태가 해골을 닮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뼈 속을 닮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듯 싶다. 암벽이 거대한 척추동물의 연합뉴런처럼 신경세포들이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벌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정갑 수우마을복합휴양센터 사무국장은 “전국 유일한 곳이다. 얼마 전 방송카메라에 담기도 어려워 촬영감독이 고민하더라”고 했다.

 
고래바위
◇고래바위

고래바위 등반길, 조림사업으로 심은 어린 동백나무들이 보이고 앙증맞은 새며느리밥풀이 즐비하다. 구절초, 층꽃나무 등 가을 야생화를 보며 20여 분 오르면 고래바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울창한 동백나무 터널과 된비알을 지나면 육중한 암반으로 이루진 길이 나오고 고래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이좋은 고래 부부가 얼굴을 비비고 있는 형국처럼 딱 붙어있다. 고래바위 정상은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 고래 등과 같다. 오른쪽으로는 매바위가 고래 새끼처럼 생겼다. 먼 바다에서 온 고래 가족이 수우도에서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광경이 연상된다.

 
몽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

마을에서 우물물 한바가지 길어 마시고 걸어 10여 분 거리, 전 공정이 자동화된 홍합가공공장을 지나면 몽돌해변이 나온다. 손 대면 베일것만 같은 시퍼른 물색, 맑고 시린 물속에서 떼지어 노니는 볼락과 망상어 등 어린 치어들의 광경이 일상의 평안함으로 다가온다. 크고 작은 몽돌이 수백 미터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삼천포화력발전소와 와룡산이, 동쪽으로는 사량도 촛대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 주민들은 이 곳에서 일몰 사진을 촬영하면 가장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했다.

 
수우도 수호신 설운장군을 기리는 사당 지령사(至靈祠)
◇수우도 수호신 설운장군 설화

수우도 한 부부가 오랜 기도 끝에 설운장군을 낳았다. 돌 지나면서 바다에서 헤엄 치고, 암초와 암초 사이를 뛰어 건너며, 바닷속으로 잠수했다는 설운장군은 스무살 때 따르는 뱃사람들을 모아 해적단을 만들었다. 그는 왜구들이 전라도와 고성 등지에서 노략질한 곡식을 싣고 사량도와 수우도를 지나갈때 이를 빼앗아 섬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해괴망측한 반인반어가 남해안을 휩쓸고 다니면서 오가는 배를 괴롭힌다는 소문을 믿고 체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설운장군은 오히려 관아를 역습해 판관 부인을 빼앗아 아내로 삼고 자식까지 뒀다. 부인은 설운장군이 잠든 틈을 타 관군에 연락했고, 결국 설운장군은 잡혀 극형에 처해 졌다. 이후 왜구들의 노략질이 극심해졌다. 이에 섬사람들은 비록 해적이었지만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지령사(至靈祠)를 지어 제사를 지내며, 그의 영혼이나마 왜구를 무찔러 달라고 빌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지도를 연상케 하는 해골바위 사이 해역
◇수우도 실상

수우도는 통영시와는 21㎞, 사천시 삼천포항에서는 12㎞ 떨어져 있다. 따라서 뱃길도 삼천포와 연결되고 전화도 삼천포 국번을 사용한다. 행정구역은 통영시에 속해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사천시 삼천포지역이다. 섬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여객선 일신호가 삼천포항에서 매일 두 차례 운항할 뿐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 직항로는 개설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섬 주민들은 “차라리 행정구역 상 사천시에 포함됐다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타 지자체에 기대는 통영시의 섬 정책이 미흡하다며, 여객선 직항로 개설 등 통영시의 주민 밀착형 행정을 기대하고 있다.

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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