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오징어 게임과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경일포럼]오징어 게임과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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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오징어 게임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기 전까지 솔직히 기억조차 없었다.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줄다리기, 사방치기 등도 마찬가지다. 한갓 어릴 적 추억일 뿐이었다. 잊고 산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이 몰고 온 광풍은 가히 압도적이다. 게임 플랫폼과 현실에서 드라마가 무한대로 복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력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이타주의에 대한 세태고발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핵심은 ‘인간으로서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을 잊고 사는 건 아닌가’에 대한 자기반성의 계기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K-컬쳐 붐을 타고 세상에 나간 우리 전래놀이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오징어 게임이 점점 잊혀져 가는 전통 전래놀이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향후 다양한 전래놀이 속에 담겨져 있는 우리 문화가 좀 더 단단한 모습으로 세계 속에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적지 않다.

진주에 진주역사와 진주정신이 담긴 전통놀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라는 언가(諺歌)와 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언가에는 진주농민항쟁운동의 발발 원인과 역사가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다. 더불어 수탈과 착취에 맞선 진주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아픔, 그리고 저항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진주 망건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 도르메줌치 장독간, 머구 밭에 덕서리, 칠팔월에 무서리, 동지섣달 대서리’

진주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릴 적 친구들과 방에 둘러 앉아 서로 다리를 두드려 가며 불렀던 이 놀이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놀이에 담긴 진주역사와 진주정신을 인식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아직도 제대로 기억하거나, 기억하려 애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징어 게임을 능가하는 진주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간직한 고유의 놀이임에도 그렇다.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가 오징어 게임처럼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문화콘텐츠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징어 게임을 능가하는 콘텐츠를 만들기에 충분한 역사성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즐겼던 전래놀이라는 사실만 놓고 봐도 진주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밀양에 밀양 아리랑이 있고, 진도에 진도아리랑이 있듯이,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가 진주를 대표하는 전래놀이를 모티브로 한 문화콘텐츠가 되었으면 한다.

진주낭군가로 불리는 진주난봉가 역시 마찬가지다. 진주낭군가는 고된 시집살이의 애환을 인내하며 살아 온 진주여성들의 항거의식이 담겨 있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민요이다. 서사의 골격만으로 보면 1980년대 군부독재시절의 억압받던 민중들의 삶과 대비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비롯해 여러 층위의 민요가수와 민중가수에 의해 가창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진주낭군가는 제목이나 사설(辭說)에 진주라는 지명이 명시되어 있고, 진주만의 고유한 교방문화를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비록 진주낭군을 독자적인 연구 주제로 삼은 경우는 드물지만, 사회적 약자인 며느리들의 항거의식을 부각시키는 소수의 논문이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진주난봉가는 발생지인 진주지역에서 전승력을 잃고 등한시하거나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진주가 전승지인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와 진주낭군가와 같은 진주의 보석인 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계승해 진정한 진주만의 진주(眞珠)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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